[첨단의학을 달린다]‘시간과의 싸움’ 심-뇌혈관질환… ‘119 핫라인’으로 골든타임 사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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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은 가슴통증이나 두통 등의 증상이 발생한 뒤 골든타임 안에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 초응급질환이다. 하지만 골든타임 내 치료받는 심·뇌혈관질환자는 많지 않다.

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급성심근경색증으로 흉통이 나타난 뒤 골든타임인 90분 이내 병원에 도착한 환자 비율은 45.5%, 급성기 뇌중풍 환자가 증상 발생 뒤 골든타임인 3시간 이내 병원에 도착한 환자 비율은 43.3%로 절반에 못 미쳤다. 골든타임이 지켜지지 않는 원인은 구급차 이용률 저조로 응급실 도착 지연, 심·뇌혈관질환 전조증상 인식 저조 등이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심장·뇌혈관센터(순환기내과) 최재혁 교수는 “환자를 골든타임 안에 치료하면 심장·뇌세포의 손상을 막아 치료 후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하면 심장·뇌세포가 영구적 손상을 입어 아무리 치료를 잘해도 심부전증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은 ‘119 구급대 핫라인’을 구축해 응급환자가 구급차 이송 중에도 119에게서 연락받아 환자가 응급실 도착 전 치료 준비를 마쳐 놓고 있다. 한강성심병원 제공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은 ‘119 구급대 핫라인’을 구축해 응급환자가 구급차 이송 중에도 119에게서 연락받아 환자가 응급실 도착 전 치료 준비를 마쳐 놓고 있다. 한강성심병원 제공
‘119 구급대 핫라인’ 환자 도착 전 치료 준비

심·뇌혈관질환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증상이 생긴 즉시 구급차를 이용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 응급실 도착 직후 최대한 빨리 진단 및 처치를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심장·뇌혈관센터는 환자의 응급실 체류 시간을 줄이고 최대한 빨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치료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119 구급대 핫라인’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한림대의료원에서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인 하트세이버·브레인세이버·한림톡과 지역 119가 협력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환자가 급성 흉통이나 심정지 등 심·뇌혈관질환 관련 응급상황이 발생해 119에 신고하면 구조대원이 구급차를 이용해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함과 동시에 하트세이버 및 브레인세이버에 환자의 성별, 나이, 증상, 병원 도착 예상시간 등 각종 정보를 입력한다.

환자 정보는 즉시 병원 서버로 전달되고, 원내 커뮤니케이션 앱인 한림톡을 이용해 의료진에게 ‘몇 분 후에 심 정지 환자가 도착합니다. 준비해 주십시오’라는 메시지가 발송된다. 연락을 받은 의료진은 환자 도착 전 중환자실 마련 등의 응급처치 준비를 모두 마쳐 환자가 도착과 동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심장·뇌혈관센터(신경외과) 황교준 교수는 “보통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해도 인적 사항과 질병의 경과,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전문 의료진 호출 시간도 필요해 제때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구급대 핫라인 시스템을 이용하면 진단 후 치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30분가량 단축돼 골든타임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심장동맥이 좁아진 관상동맥협착증 환자가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심장·뇌혈관센터에서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받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심장동맥이 좁아진 관상동맥협착증 환자가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심장·뇌혈관센터에서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받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응급실 도착 즉시 전문치료 ‘365일 당직시스템’

초응급질환인 심·뇌혈관질환의 치료가 완벽히 이루어지려면 중증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오는 즉시 전문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센터는 ‘365일 당직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환자가 외래가 아닌 응급실로 오더라도 도착 즉시 심장·뇌혈관센터로 이송돼 지체 없이 전문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재혁 교수는 “심·뇌혈관질환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365일 24시간 언제라도 환자의 골든타임을 사수할 수 있도록 우리 센터의 일부 의료진은 병원 근처 10분 거리로 이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심장·뇌혈관센터는 우수한 의료진과 다학제적 협진 시스템을 바탕으로 골든타임을 사수한 후 환자의 완벽한 회복까지 돕고 있다. 순환기내과·신경외과·신경과·흉부외과 등 센터 내 각 진료과는 긴밀한 협진을 바탕으로 생사를 오가는 급성심근경색과 뇌출혈 등의 치료뿐 아니라 대동맥 질환, 하지동맥 폐색성 질환, 투석용 동정맥루 수술 등 모든 혈관질환의 최소 침습수술을 전문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 센터에서는 최첨단 3.0T(테슬라)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와 256채널 컴퓨터단층촬영(CT), 최신 기종 혈관조영기 등 각종 최신 진단기기로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이후 약물치료와 시술 및 수술까지 원스톱으로 시행한다. 뇌출혈을 유발하는 파열성 뇌동맥류의 경우 24시간 365일 언제라도 발견 즉시 바로 시술과 수술이 가능하다.

황교준 교수는 “비파열성 뇌동맥류의 경우 두개골을 열지 않고 비교적 간단한 시술(코일색전술)로도 치료가 가능하다”며 “시술 전날 입원해 시술 다음 날 퇴원하는 2박 3일 일정으로 일상생활로의 빠른 복귀를 돕는다”고 말했다.



▼ 최재혁 심장·뇌혈관센터 교수,
“수술 후 재활치료로 ‘환자의 내일’까지 책임진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은 지난해 3월부터 심장·뇌혈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화상치료로 유명한 한강성심병원에 새로 생긴 특성화 전문센터이기에 의료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재혁 한강성심병원 심장·뇌혈관센터 교수(사진)에게 센터 설립 이유와 앞으로의 운영 계획을 들어봤다.

―심장·뇌혈관센터를 설립한 이유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높았다. 센터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에는 고령 인구가 많아 심·뇌혈관질환 비중이 높다. 양질의 치료를 위해 2016년 12월 응급환자를 진단하고 관상동맥중재술을 바로 할 수 있는 심혈관조영실을 갖췄다. 지난해 3월부터 순환기내과·신경외과·신경과·흉부외과를 열어 본격적으로 심장·뇌혈관센터를 발전시켰다.”

―지역 주민들의 심·뇌혈관 건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환자가 대기 없이 치료받도록 센터와 응급실의 연결 동선을 최소화하고 지역 119 구조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최신 검사기기를 도입하고, 고령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진력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틈날 때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해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 중이다. 3월 19일엔 환절기 건강관리를 위해 혈압·혈당·골밀도 검사 등을 시행하고 무료 건강상담을 진행했다. 심·뇌혈관건강 관련 리플렛을 병원 내 비치해 지역주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향후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심장·뇌혈관센터의 발전 계획은 무엇인가.

“우선 고난도 최소 침습수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심·뇌혈관질환자의 상당수는 고령이거나 동반질환이 있어 큰 외과수술에 체력적 부담을 느낀다. 그만큼 수술 위험이 높다. 이때 최소 침습수술을 시행하면 환자의 회복을 앞당기고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대동맥판협착증이 있는 고령 환자의 경우 과거엔 가슴을 여는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최근 최소 침습수술이 발전해 사타구니 부근으로 가느다란 관만 삽입한 뒤 대퇴동맥을 통해 대동맥판막을 확장시키는 시술이 가능하다. 또 심·뇌혈관질환자들의 재활치료에 집중할 계획이다. 심·뇌혈관질환자들은 급성기 치료 뒤 재활치료를 받아야 신체적, 정신사회적 기능을 효과적으로 회복 및 향상시킬 수 있다. 심장재활센터를 통해 환자의 심폐기능 및 운동능력을 향상시키고, 합병증을 예방하고, 재발·재입원·재시술의 위험을 줄임으로써 골든타임 사수는 물론이고 환자의 건강하고 행복한 내일까지 책임질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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