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 ‘화성 살이’ 1년… ‘고립’의 심리적 비밀 밝혀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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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잇단 ‘고립 실험’

과학자들은 안정적인 화성 탐사를 위해 장기간 고립 훈련을 진행한다. 모의 화성기지에서 생활하는 ‘하와이 우주탐사 아날로그 시뮬레이션(HI-SEAS)’ 실험에 참가한 올레그 아브라모프 미국지질조사소 연구원이 기지 옆에 서 있다(맨위쪽 사진). 모의 기지 2층엔 연구원들의 개인공
간 및 침실이 마련돼 있다(가운데 사진). 2013년 6월 13일 세 번째 HI-SEAS 실험을 마치고 나온 연구원들이 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ngelo Vermeulen, Sian Proctor, 하와이대 제공
과학자들은 안정적인 화성 탐사를 위해 장기간 고립 훈련을 진행한다. 모의 화성기지에서 생활하는 ‘하와이 우주탐사 아날로그 시뮬레이션(HI-SEAS)’ 실험에 참가한 올레그 아브라모프 미국지질조사소 연구원이 기지 옆에 서 있다(맨위쪽 사진). 모의 기지 2층엔 연구원들의 개인공 간 및 침실이 마련돼 있다(가운데 사진). 2013년 6월 13일 세 번째 HI-SEAS 실험을 마치고 나온 연구원들이 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ngelo Vermeulen, Sian Proctor, 하와이대 제공
“3, 2, 1! 세상에 돌아온 걸 환영합니다!”

8월 28일 6명의 연구자가 하와이 마우나로아 화산 중턱에 있는 ‘모의 화성기지’에서 정확히 1년 만에 밖으로 걸어 나왔다. 세상과 단절된 화성기지에서 장기간 생활할 경우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몸소 체험한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3년부터 ‘하와이 우주탐사 아날로그 시뮬레이션(HI-SEAS)’을 진행해왔다. 이 훈련에 참가한 연구자들은 정해진 기간 고립된 기지 안에서 생활해야 하며, 돔 바깥에 잠깐이라도 나올 땐 우주복을 착용해야 했다.

HI-SEAS를 통해 고립 실험을 하는 것은 이번이 4번째다. 2013년에 4개월간 고립 실험을 시작한 뒤 연이어 4개월간, 8개월간 실험을 차례로 진행했다.

이 실험은 고립된 기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사회성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일례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피터 로마 교수팀은 HI-SEAS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의 업무 수행능력을 ‘TPT’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검사했다. TPT는 일종의 사회성 검사로, 연구원 개개인의 이기심, 이타심을 수치화할 수 있다. 로마 교수팀은 고립 참여자들의 TPT 결과와 혈중 호르몬 수치를 분석해 장기 고립이 사회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낼 예정이다.

HI-SEAS 같은 ‘고립 실험’은 예전부터 있었다. 2011년 러시아는 모의 화성탐사 실험 ‘마스-500(Mars-500)’의 일환으로 520일간의 고립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지상에서 진행한 고립 실험 중에선 최장 기간이다. 고립된 상황에서 생활해야 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체류 우주인들의 경험도 좋은 고립 실험 자료가 된다. 우주 체류에서 세계 최장 기록은 러시아 우주인 발레리 폴랴코프가 갖고 있다. 그는 옛 소련의 국제우주정거장 미르(Mir)에서 총 437일 18시간을 머물렀다.

최초의 고립 실험은 1962년 7월, 프랑스 동굴학자 미셸 시프레가 진행했다. 알프스 산에 있는 130m 깊이의 동굴로 들어가 63일 동안 자신의 변화를 기록했다. 시프레는 이 실험을 통해 인간에게 생체리듬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그는 시계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잠들 때와 일어날 때, 밥을 먹을 때마다 동굴 바깥에 있는 연구원에게 전화로 알렸는데, 이 시간을 분석해 보니 하루가 약 24시간을 주기로 반복됐다.

시프레는 1972년 미국 텍사스 주 델리오 근처의 동굴에서 같은 실험을 다시 반복했다. 205일에 걸친 시험을 통해 시프레는 장기간 고립되면 생체리듬 주기가 길어지고, 우울감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단기 기억상실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시프레 이후 많은 과학자가 사회적 고립이 일으키는 신체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15년 시카고대 존 카치오포 교수팀은 고립이 각종 질환 발생률을 14%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 회보에 발표했다. 이 밖에 고립이 암과 뇌중풍, 심장 질환 등을 악화시킨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도 나왔다.

최근엔 장기간의 우주 탐사를 염두에 둔 단체 고립 실험이 많다. 특히 실험에서는 소수의 사람이 폐쇄된 공간에서 겪는 심리 변화에 주목한다. 건강한 정신상태를 유지해야 우주에서 임무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HI-SEAS에 참여했던 시프리앙 베르소 NASA 에임즈연구소 박사과정생은 “이번 실험을 통해 화성에서의 거주에 필요한 기술을 확인하고, 심리적인 문제들도 연구할 수 있었다”며 “화성에서 사는 일이 조금 더 현실에 가까워진 것 같다”고 밝혔다.
 
신수빈 동아사이언스 기자 sbshin@donga.com
#화성 살이#nasa#우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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