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왓슨’은 퀴즈쇼에서 우승하는 데 7년이 걸렸습니다. 한국의 인공지능(AI) 엑소브레인은 4년 안에 같은 목표를 이룰 겁니다.”
김형철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크레이이티브 플래너(CP)는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 국제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2013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엑소브레인은 컴퓨터 언어를 통해 따로 프로그래밍을 해주지 않아도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자연어)를 이해하고 답하는 인공지능이다. IITP는 10월에 인간과의 퀴즈 왕중왕전을 치러 우승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엑소브레인은 고교 장학퀴즈쇼에서 주장원전 우승을 꾸준히 하고 있는 실력이다.
엑소브레인을 퀴즈쇼에 지속적으로 내보내는 것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스스로 학습(머신러닝)하는 능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도 16만 개에 이르는 기보를 이해하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었던 덕택이다.
김 CP는 “내년 2월까지 엑소브레인의 질의응답 정확도를 왓슨 정확도(82%)보다 앞선 85%까지 높이고, 202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AI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연사로 나선 ‘왓슨’의 책임자 로버트 하이 IBM 기술개발책임자는 자연어를 사람처럼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며 때로는 가설까지 세울 수 있는 ‘인식(cognitive) 컴퓨팅 기술’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년 퀴즈쇼에서 우승한 IBM의 왓슨 역시 인식 컴퓨팅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하이 책임자는 “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 되는 약학, 의학 정보를 의사가 매일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인식 컴퓨텅 기술을 통해 인공지능이 의사에게 환자별 맞춤형 임상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IBM에서는 문장의 내용을 이해할 뿐 아니라 글쓴이의 어조, 감정을 함께 읽어내 피드백을 해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믿었던 인공지능이 사람의 감정을 읽는 데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연사들은 AI가 미래 생활상을 크게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웨이잉 마 마이크로소프트(MS) 리서치 아시아 부소장은 “자연어를 이해할 수 있는 AI의 발달로 사람마다 AI 비서 하나씩 두는 미래가 곧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에선 국내 인공지능 기술 수준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김 CP는 “지난해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국내 AI 기술 수준은 세계 수준과 약 2.5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경기를 지켜보면서 세계 톱 수준과의 기술격차를 더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근배 삼성전자 SW연구센터 전무는 “지난 60년 간 인공지능 연구는 기복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암흑기를 맞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인공지능의 밑거름이 되는 데이터를 공유하는 장을 만들어내는 곳이 향후 AI 시장의 리더가 될 것”이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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