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낮에도 꾸벅꾸벅…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기면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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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범 박사의 재미있는 수면이야기

신홍범 박사
신홍범 박사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눈꺼풀’이라는 말이 있다. 천하장사도 졸음으로 내려오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지 못 한다. 졸음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수면장애의 대표 증상이다.

졸음은 심한 정도나 원인에 따라 처방과 치료가 다르다. 졸음의 가장 흔한 원인은 수면시간 부족이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수면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운전 중 혹은 회의시간에 졸음을 느낀다면 하루 7시간 이상 잠을 자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데도 졸음을 느낀다면 야간 수면의 질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쉽게 말해 깊은 잠을 못 잔다는 말이다. 성인에게서 흔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잠의 질을 떨어뜨려 낮에 심하게 졸리게 한다.

그런데 밤에 깊은 잠을 자고도 낮에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졸음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는 기면증을 포함한 과다수면증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사람 뇌의 기본 상태는 ‘수면상태’다. 수면-각성 리듬에 따라 우리 뇌가 잠을 깨우는 각성물질을 분비한다.

그 농도에 따라 아침에 잠이 깨고, 낮 동안 또렷한 정신으로 깨어 있게 된다. 뇌 이상으로 이런 각성물질이 제대로,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면 낮에 심한 졸음을 느낄 수 있다. 기면증은 뇌 기능 장애로 졸음을 느끼는 질환이지,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다.

심한 졸음으로 내원해서 검사 뒤 기면증으로 진단받은 환자에게 “왜 이제야 왔느냐”고 물으면 환자는 “졸음 때문에 힘들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졸리지만 참고 버티는 걸로 생각했다”고 말한다.

부모에게 말하면 “매사 마음먹기 달렸다. 네가 의지로 그 정도도 극복하지 못하느냐”고 핀잔만 들었다고 한다. 다리뼈가 부러진 사람에게 ‘의지로 극복하고 걸어보라’고 이야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졸음병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신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졸음은 방치하면 교통사고, 안전사고를 일으켜 생명을 위협할 수 있고, 특히 학창시절에 시작되는 기면증은 학업을 방해하여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버릴 수 있다.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졸음이 있다면 기면증을 의심해보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요즘은 모다피닐 같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도 나와 있다. 기면증은 조기 진단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질환 중 하나이다.

신홍범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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