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 신장기능 저하, 초기에 치료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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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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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당뇨병학회서 치료제 ‘트라젠타’ 재조명

미국 필라델피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의 모습. 참가자들은 휴식시간에도 연구 결과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8∼12일 열린 이번 학회에서 최대 이슈는 당뇨병 합병증이었다. 필라델피아=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미국 필라델피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의 모습. 참가자들은 휴식시간에도 연구 결과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8∼12일 열린 이번 학회에서 최대 이슈는 당뇨병 합병증이었다. 필라델피아=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고혈당을 방치하면 합병증을 피할 수 없다. 당뇨병 환자에게 합병증과의 싸움은 숙명에 가깝다.

8∼12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제72회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도 당뇨병 합병증이 최대 이슈였다. 매년 열리는 ADA는 미국 최대 당뇨병 학술대회로, 올해의 경우 전 세계에서 의학자 1만5000여 명이 참가했다.

○ 치명적인 신장 합병증

당뇨병은 1형과 2형으로 나뉜다. 1형은 인슐린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는 소아당뇨병을 가리킨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90∼95%는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식습관 등으로 생기는 2형에 속한다. 보통 당뇨병이라고 하면 이 2형 당뇨병을 가리킨다.

당뇨병의 가장 일반적인 판정 기준은 고혈당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갈증이 생긴다. 물을 많이 마시고, 그만큼 소변의 양도 늘어난다. 이때 포도당을 비롯한 체내 물질이 빠져나가면서 체중도 줄어든다.

초기에 잡지 못하면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저림이나 통증이 나타나는 신경병증은 기본이다. 망막에 이상이 생겨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미세혈관이 많은 신장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혈당이 높아져 몸속 독소를 배출하지 못하는 것. 당뇨병 환자 3명 중 1명꼴로 신장 이상을 경험한다. 그렇지만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하면 혈액 순환에도 차질이 빚어져 뇌·심혈관계질환도 생긴다. 신장투석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쓸 수 있는 약은 많지 않다. 자칫 신장이 더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약물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 신장 부담, 부작용 모두 줄인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당뇨병 환자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약은 없을까. 이번 ADA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이탈리아 피사대 의대 엘레 페라니니 교수(미국 텍사스대 보건과학센터 당뇨병과 부교수 겸임)는 당뇨병 환자 247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A그룹에는 트라젠타(성분명 리나글립틴)를, B그룹에는 가짜 약을 줬다.

연구팀은 24주 후 신장 기능 개선 지표인 ‘소변-알부민 크레아티닌 비율(UACR)’과 혈당 개선 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를 체크했다. 두 지표 모두 수치가 낮으면 상태가 호전됐다는 뜻이다. A그룹은 B그룹보다 UACR가 29%, HbA1c가 0.71% 낮았다. 신장 기능을 개선시키는 약물인 셈이다.

연구팀은 이와 별도로 54주에 걸쳐 부작용 연구도 진행했다.

당뇨병을 치료하는 원리는 약물마다 다르다. 가령 메글리티나이드 계열의 약물은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킨다. 반면 비구아나이드 계열은 간에서 포도당이 덜 생기도록 하고 말초조직에서 포도당의 소비를 촉진시킨다.

이런 약물 모두 혈당을 낮추는 효과는 크다. 다만 저혈당, 체중 증가,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이 문제다. 이 부작용을 줄인 게 2006년 이후 출시된 ‘DPP-4 억제제’다. 이 약물들은 호르몬을 조절해 혈당을 떨어뜨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트라젠타의 주성분인 리나글립틴도 여기에 해당한다.

연구팀이 두 그룹으로 나눠 리나글립틴과 다른 약물을 각각 투입했다. 54주 후 상태를 체크한 결과 다른 약물 그룹은 22%가 저혈당을 경험했지만 리나글립틴 그룹은 6%에서만 저혈당이 나타났다. 체중이 증가한 비율도 다른 약물 그룹은 55%였지만 리나글립틴 그룹은 22%에 불과했다.

페라니니 교수는 “수명이 길어지면서 당뇨병 환자도 고령화하고 있다. 여러 합병증을 막으려면 신장 이상부터 잡아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이 성분의 약은 트라젠타만 출시돼 있으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 여름철, 제대로 먹는 법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에 혈당을 잘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여름은 당뇨병 환자에게는 정말로 곤혹스럽다. 혈당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발을 잘 관리해줘야 한다. 적당한 강도의 운동도 필수다.

문제는 더위로 인한 탈수와 떨어진 입맛이다. 땀을 통해 수분이 지나치게 많이 배출되면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 쇼크를 일으킬 수도 있다. 평소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스포츠음료는 흡수가 빠르지만 열량이 60∼80Cal 정도로 낮지 않다. 무설탕 음료에도 과당이나 올리고당이 들어 있어 혈당을 높일 수 있다. 바로 혈당을 높이는 ‘단순 당’이 들어 있는 다른 음료도 피하는 게 좋다.

아무래도 냉수가 가장 좋다. 냉수의 맛이 밋밋하다면 끓인 뒤 냉각해서 마시자. 무설탕 녹차나 홍차를 차게 마셔도 좋다. 과일은 당도가 높기 때문에 많이 권하지 않는다. 그래도 과일을 먹고 싶다면 물이나 얼음에 타서 희석해 먹는 게 좋다.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거르는 것은 최악이다. 한 번에 많이 먹으려 하지 말고 여러 번으로 나눠 조금씩, 규칙적으로 먹는 게 최고의 식사법이다. 입맛이 없다면 찬 미역국, 오이냉국, 냉채를 먹도록 한다.

필라델피아=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미국당뇨병학회#당뇨병#합병증#트라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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