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이하 고열-발진 등 가와사키병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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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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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증상과 유사… 눈 충혈되고 입술-혀 빨개져
38.5도 넘는 높은 열에 해열제도 별 효과없어
발병원인 아직 몰라… 일주일 이내 입원치료해야


■ 최근 발병사례 급증

한 달 전이었다. 주부 김정민 씨(33·서울 영등포구 신길동)는 네 살배기 딸 솔이(가명)가 가와사키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좀처럼 들어보지 못한 병명이라 내심 긴장했다. 솔이는 5일간 입원하고 난 후에 훌훌 털고 일어났다.

최근 가와사키병에 걸린 아이가 늘고 있다. 2008년 대한소아과학회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인구 10만 명당 73.7명이었던 발병률이 2005년엔 104.6명으로 크게 늘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만 해도 요즘 하루에 1명꼴로 가와사키병 환자가 입원하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생소한 이 병은 5세 이하의 영유아가 전체 발병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잘 걸린다. 김동수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가와사키병은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와 연관이 많은데 최근 신종인플루엔자A(H1N1)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의 독성이 변형되면서 유전적으로 민감한 아이들이 병에 많이 걸리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 발진과 충혈, 입술 변색을 지켜봐라


가와사키병은 일반적으로 38.5도가 넘는 고열을 동반한다. 손과 발끝이 붓고 피부에는 발진이 자주 나타난다. 눈은 충혈되고 입술 주변이 빨갛게 변한다. 이런 증상은 한꺼번에 나타날 수도 있고 하나씩 서서히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부모가 가와사키병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다.

따라서 실제 병에 걸렸던 사례를 알아두는 게 도움이 된다. 솔이의 경우에는 처음 3일 동안 기침만 했다. 고열은 없었고 단지 목이 조금 깔깔하기만 했다. 소아과 의사는 인후염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3일째 되는 날부터 고열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38.9도까지 올라갔다. 해열제를 먹었지만 그때뿐이었다. 열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좀처럼 38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다시 소아과에 갔지만 의사는 고개만 갸웃거릴 뿐 다른 처방을 해 주지 않았다. 해열제를 먹었지만 열은 39.4도까지 올라갔다.

이 무렵부터 눈이 충혈되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입술도 빨갛게 바뀌었다. 손과 발에 발진도 생겼다. 그제야 대학병원으로 아이를 부랴부랴 옮겼다. 솔이를 본 의사는 가와사키병이라고 진단했다.

○ 빨리 치료하면 부작용 없이 완치

가와사키병은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4일∼일주일의 입원치료로 대부분의 증상이 크게 완화된다. 의사들은 보통 진단되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치료할 경우 심장병과 같은 합병증이 발병할 가능성이 적다고 말한다.

환자들에게는 면역글로불린과 아스피린 치료를 병행한다. 면역글로불린 주사는 한 번 맞으면 12시간 정도 주사기를 달고 있어야 한다. 아스피린은 하루 3, 4회씩 복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가와사키병이 진행되면서 혈소판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심장혈관에 혈전이 생기는 등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많은 양의 아스피린을 먹는 까닭은 혈소판을 감소시키고 혈전을 막기 위해서다.

입원 기간엔 염증 수치와 가와사키병으로 인한 혈액학적 이상 소견을 알기 위해 혈액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환자가 대부분 아이들이어서 혈액검사가 쉽지는 않다.

염증 수치가 많이 내려가면 퇴원해도 된다. 그러나 완치가 된 것은 아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퇴원한 후에도 몇 주에서 몇 달간 저용량 아스피린을 하루에 한 번 정도 복용해야 한다. 또 심장혈관에 합병증이 발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심장초음파검사도 한다.

○ 발병 원인 아직 몰라 조기발견이 관건

가와사키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것으로 의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을 일으켜 가와사키병으로 발전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 때문에 환자의 유전이나 환경에 따라 증상도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아이는 아무런 이유 없이 보채기만 한다. 설사나 복통을 동반하는 아이도 있다.

대개 5세 이하의 아이에게서 많지만 특히 6개월 이하의 영아나 6세 이상의 아이가 걸리면 심하게 앓거나 재발도 잘된다. 따라서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부모가 감기로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병의 재발률은 1∼3%이며 사망률은 0.01% 정도로 알려져 있다.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특별한 예방법도 없다. 의사들은 일반적 질병 예방습관인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병에 한 번 걸리고 난 후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의사가 심장 질환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낮다고 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음식을 특별히 가리지 않아도 되는 등 평소처럼 생활하면 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가와사키병 진단기준


1. 적어도 5일 이상 지속되는 열(37.5도 이상)
2. 눈곱이 끼지 않는 양쪽 눈의 충혈
3. 붉은 혀(딸기혀)와 붉은 입술
4. 부종이 동반된 붉은 손 또는 발
5. 목 부위 림프샘 부종
6. 몸의 발진

1번 증세와 함께 2∼6번 중 4개의 증세가 있으면 가와사키병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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