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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23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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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졌거나 훼손된 인류의 문화유산이 가상공간에서 하나둘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햅틱(디지털 촉감)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문화재를 오감으로 맛보는 연구도 활발하다. 한국정보처리학회는 곧 발간될 학회지에 ‘디지털 문화재’를 주제로 13편의 국내 연구논문을 특집으로 소개한다.
○ 서울에 다리우스왕 납시오
기원전 330년 파괴된 이 궁전은 지금은 몇 개의 커다란 기둥과 부조만 남아 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진호 연구원과 최양현 감독은 독일 건축학자 프리드리히 크레프터가 1970년대에 그린 실측도를 바탕으로 사라진 궁전 안팎의 모습을 왕조의 다리우스왕과 함께 세밀하게 복원했다. 박 연구원은 앙코르와트, 황룡사 9층탑 등 국내외 문화유산을 복원한 전문가다.
그는 “페르세폴리스는 남아 있는 것이 많지 않아 상상력을 많이 발휘했지만 앙코르와트 같은 실재 유물은 3차원 스캐너로 수많은 점을 찍어 정교하게 복원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조선 태조가 잠든 전주 경기전을 비롯해 무령왕릉, 고구려 벽화, 금산사, 경복궁 등 적지 않은 문화재가 디지털로 복원됐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쓰일 만한 문화재를 복원하는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을 비롯해 일본의 대형 불상, 이집트의 람세스왕, 앙코르와트의 바이욘 사원, 중국의 둔황석굴 등 세계적인 문화유산도 디지털로 재탄생했다.
○ 타임머신을 탄 디지털 여행
디지털 복원은 문화유산 속을 거닐거나 만지는 ‘오감만족 체험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동굴형 가상현실로 불리는 케이브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사각형 공간인 케이브에 들어가면 벽과 바닥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사방으로 영상이 나온다. 몸을 움직이면 적외선 센서가 감지해 영상이 따라 움직인다. 사람은 영상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햅틱 기술까지 적용하면 문화재의 질감까지 느낄 수 있다.
한국정보처리학회지에 이 시스템을 적용해 경기전을 복원한 연구를 소개한 박소연 전주대 문화산업대학 교수는 “디지털 복원의 궁극적인 목적은 옛 모습이 있었던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햅틱을 이용해 미륵사지석탑의 질감을 느끼는 기술도 개발했다”고 밝혔다.
가상현실과 진짜 현실을 결합하는 증강현실도 디지털 문화재에 더해진다. 일부만 남은 문화재를 증강현실용 특수안경으로 보면 남아 있는 문화재를 중심으로 전체를 복원하는 과정이 실감나게 펼쳐진다. 진짜 피라미드 주위에 가상의 이집트 왕이 돌아다니는 식이다.
외국 박물관에서는 디지털 문화재를 과거에 살았던 사람의 삶과 함께 보여주거나 소리, 촉감 등을 이용하는 체험형 영상이 인기다. 비가 오면 진짜 물이 떨어지는 식이다.
○ 한국을 알리는 디지털 문화재
영국과 벨기에 등 유럽의 여러 나라는 ‘에포크’라는 이름의 디지털 문화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문화유산을 디지털 상품으로 개발하려는 것이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유명한 성인 몽생미셸에는 가상현실 관광가이드가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관광객은 디지털로 복원한 몽생미셸을 하늘에서 내려보다 성으로 내려와 가상 관광을 시작한다. 마음에 드는 방이나 전시물 옆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임순범 숙명여대 멀티미디어과학과 교수는 최근 경북궁을 해체했다가 복원하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경복궁이 실제로 어떻게 지어졌는지 구석구석 이해할 수 있다. 임 교수는 “디지털 문화재가 새로운 문화상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사이언스 김상연 기자
▲ 영상취재: 동아일보 이훈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