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메일 사회적 비용 年2조6000억… 30%가 음란물

  • 입력 2004년 2월 25일 18시 27분


무역업체를 운영하는 홍익표씨(38)는 e메일 수신함에서 스팸메일을 지우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는 “수신된 e메일 가운데 90% 이상이 불필요한 광고메일”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쏟아내는 스팸메일 차단책이 과연 효과는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해 마구 뿌려지는 광고성 메일인 스팸메일의 위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스팸메일은 인터넷 이용자들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정보화 역기능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2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더구나 청소년들에게 뿌려지는 음란성 스팸메일의 부작용은 더욱 크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e메일 이용자 1명당 하루 스팸메일 수신량은 29.1통으로 이 가운데 8.4통이 불법 음란 스팸메일로 나타났다. 도메인업체 후이즈의 최근 조사에서는 네티즌 4명 중 3명이 하루에 10통 이상 스팸메일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인터넷업계의 강력한 차단대책에도 불구하고 스팸메일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셈.

국내 업체 가운데 e메일 발송량이 가장 많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은 하루 처리되는 e메일 1억6000만통 가운데 10%만이 정상적인 메일로 분류돼 대부분의 스팸메일 발송을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팸메일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스팸메일 발송 기술이 최근 빠르게 지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아무리 성능 좋은 차단시스템도 스팸메일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차단도구가 보급되고 있지만 이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스팸메일 발송을 ‘사이버 범죄’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의 확산과 함께 스팸메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들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오른 스팸메일 발송업체에 대한 과태료도 스팸메일 발송으로 얻는 이익에 비해 여전히 낮다는 것.

스팸메일 피해를 호소하면서도 정작 스팸메일 처리에는 소극적인 네티즌들의 자세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후이즈에 따르면 스팸메일 차단을 위해 필터링이나 수신거부 기능을 활용하는 네티즌은 67%에 그쳤고 스팸메일을 ‘관계기관에 고발’한다는 네티즌도 7%에 불과했다.

스팸메일 솔루션업체인 지란지교소프트 오치영 사장은 “스팸메일 근절을 위해서는 차단도구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불법메일은 관계기관에 신고하는 네티즌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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