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의 8대 과제]바이러스 정복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42분


바이러스는 가장 작고 단순한 생명체이면서도 인간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에이즈(AIDS)로부터 간염, 독감에 이르기까지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전염병은 수백 종에 이르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치료제는 전무한 상태다. 가장 흔한 바이러스병인 감기도 아직 치료약이 없는 실정. 다만 헤르페스바이러스에 의해 입술 주위에 물집이 생길 때 바르는 치료제가 유일한 예외다.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것은 바이러스의 독특한 구조와 증식과정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다른 생물(숙주)의 세포 안에서만 살 수 있는 기생체로, 유전정보를 담은 핵산(DNA 또는 RNA)과 이것을 둘러싼 단백질막, 그리고 세포침투용 단백질 작살이나 효소로만 이루어져 있다. 즉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에 침입한 뒤 그곳의 여러 도구를 이용해 자신을 복제하고 증식시킨다. 그래서 인체의 세포에는 해를 주지 않고 바이러스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치료제를 개발하기가 어렵다. 기존의 항바이러스제는 대부분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뿐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더욱이 에이즈 등 일부 바이러스는 환경에 적응해 돌연변이하는 속도가 빨라 항바이러스제의 효과를 무력화시키고 쉽게 내성을 획득한다.

이 때문에 예방백신의 개발과 보급이 바이러스와 싸우는 최선의 방법으로 인식돼 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세기의 천연두처럼 21세기에는 소아마비를 지구상에서 뿌리뽑자는 목표를 세우고 예방백신의 보급에 발벗고 나섰다.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를 발견한 와 서울바이러스를 잇따라 발견하고 그에 대한 예방백신과 진단방법까지 개발한 이호왕 박사(72·대한민국학술원 회장)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구조와 변이 과정을 정확히 알아내고 인체 면역세포의 선택적 방어과정을 규명한다면 21세기에는 바이러스 정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아사이언스김훈기기자>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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