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協 홈페이지 해킹]"당신들이 정말 의사입니까…"

  • 입력 2000년 8월 13일 19시 08분


“당신들이 정말 인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서슬퍼런 한마디가 의사들의 심장에 꽂혔다. 의료계의 폐업 투쟁을 이끌어온 대한의사협회 인터넷 홈페이지(www.kma.org)가 한 해커에게 기습을 당한 것이다.

13일 새벽 의협 홈페이지 초기화면은 ‘Red Club’이라는 필명을 사용한 익명의 해커가 올려놓은 ‘호소문’ 화면으로 바뀌었다.

이 해커는 “모든 의사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정말 인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파서 시름하는 국민을 외면한 채…. ‘돈’이라는 물질적 이기주의에 휩싸여 국민을 희롱하고 있습니다”라며 의사들을 맹비난했다. 또 “힘없고 ‘빽’없는 국민이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강한 자에게 희생되어 쓰러져가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하면서 “계속 국민을 외면한다면 우리 해커들도 당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경고했다.

홈페이지 오른편 상단에는 살찐 고양이가 바닥에 배를 깔고 드러누운 자세로 오른쪽 앞발 가운데 발가락을 위로 세워 의사들을 힐난하는 모양의 그림이, 하단에는 ‘사발면’의 라벨 이름을 모욕적으로 바꾼 컵라면 그림이 올려져 있었다.

의협 홈페이지는 의료계 폐업 상황을 회원들에게 시시각각 전달하며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의사들을 하나의 끈으로 묶는 역할을 해 왔다. 특히 강경파 회원들이 정부의 의료 대책을 비난하는 글을 띄우는 등 선전장으로 활용돼 왔으며 수배중인 신상진(申相珍)의권쟁취투쟁위원장도 홈페이지를 활용, 지침을 전달하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의쟁투 주수호(朱秀虎)대변인은 이날 “해커를 추적하고 있다”면서 “확인이 되면 고발 등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홈페이지는 이날 오전 9시40분경에야 복구됐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