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새의 조상 아니다"…美 새학설 주장

  • 입력 2000년 7월 5일 19시 12분


공룡이 새의 조상이라는 기존 학설이 정면으로 도전받고 있다.

미국 과학전문잡지 사이언스지 최근호는 새의 조상은 공룡이 아니라 그보다 앞선 시기에 살았던 원시 파충류라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실었다.

이 보고서는 최근 새로 발견된 ‘깃털을 가진 파충류 화석’에 근거를 두고 새의 조상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롱기스쿠아마라고 불리는 이 화석은 1969년 키르키스탄의 호수 바닥에서 발견된 이래 30여년 동안 모스크바의 어느 책상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다가 지난해 미국의 한 쇼핑몰에서 열린 화석 박람회에서 우연히 고생물학자들의 눈에 띄었다.

이 화석은 최초의 새로 알려진 아케옵테릭스보다 7500만년이나 빠른 2억2500만년 전의 것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오리건주립대학의 테리 존스 박사는 “이 화석은 파충류속(屬)에 속한 조룡류(祖龍類)로 공룡 파충류 조류의 공동 조상”이라고 주장한다. 즉 새의 조상은 공룡이 아니라 그보다 앞선 시기에 살았던 원시 파충류라는 것이다.

새의 기원에 대한 논의는 1861년 독일에서 발견된 시조새 아케옵테릭스 화석에서 비롯됐다. 아케옵테릭스는 이빨을 가진 부리, 긴 꼬리, 날카로운 발톱 등을 갖춘 전형적인 공룡이었지만, 새처럼 깃털을 지녀 공룡과 새의 중간단계로 여겨졌다.

1960년대 이후에는 육식공룡과 시조새의 골격 모양과 기능을 비교한 결과, 영화 ‘쥐라기공원’에 나오는 벨로시랩터와 같은 작은 육식공룡에서 시조새를 거쳐 새가 진화해 왔다는 학설이 정립됐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화석은 이 학설을 반박하는 증거라는 것.

하지만 롱기스쿠아마의 깃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화석에서 깃털로 보이는 부분은 가장자리가 갈라져 있지 않아 깃털이라기보다는 막(膜)에 가까운 형태라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깃털이라고 해도 이를 바로 새와 연결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일반적으로 공룡 화석에서 발견되는 깃털은 날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추위를 이기기 위한 보온용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의 깃털은 날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 깃대 양쪽의 면적이 비대칭인데 비해 지금껏 발견된 공룡의 깃털은 대칭형이다. 그러므로 깃털의 유무만으로 새의 조상을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주장이다.

새의 조상이 공룡인지 아닌지, 앞으로 연구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영완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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