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업 짝짓기 '주식 맞교환' 새바람…관련법 정비필요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현금은 필요없다. 주식맞교환으로 유망 콘텐츠 기업을 인수한다’

코스닥시장내 인터넷관련 대형기업들이 주식맞교환(지분스왑·SWAP) 방식으로 독보적인 콘텐츠를 보유한 소규모 인터넷기업들을 적극 인수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인수합병(M&A) 규모가 클수록 지분스왑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큰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법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지분스왑에 현금거래가 수반되는 불편함을 안고 있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외국 사례〓지분스왑이란 말그대로 기업이 서로의 보유주식을 맞교환하는 것.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보다폰 에어터치사와 독일 만네스만의 합병. 만네스만 주주들은 1주당 보다폰에어터치의 주식 58.96주를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또 아메리카온라인(AOL)-타임워너 합병의 경우 AOL주주는 1주당 신설합병회사 주식 1주를 받고 타임워너 주주는 1주당 합병회사 주식 1.5주를 받았다.

외국에서는 합병을 계기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경우 예상외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합병을 주도하는 기업은 막대한 현금을 동원할 필요가 없어 지분스왑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는 코스닥기업이 주도〓인터넷 포털서비스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달초 실시간 메시징 업체인 유인커뮤니케이션을 21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다음이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50억원 이내이며 나머지는 다음이 신주를 발행해 제3자배정방식으로 유인에 넘기는 방식. 다음은 대신 유인의 구주 일부와 신주발행물량 전부를 합쳐 70% 지분을 넘겨받기로 했다.

다음은 그동안 인포뱅크 오이뮤직 한국스포트포탈 저스트기획 등 여러 인터넷기업에 출자할 때 모두 현금을 투자했으며 지분스왑은 유인이 처음.

지난해 한글과컴퓨터가 인터넷 채팅사이트인 ‘하늘사랑(sky love)’을 100억원에 인수한 것도 같은 방식. 한컴은 하늘사랑 지분 50%를 인수했고 하늘사랑은 한컴의 신주발행물량을 주당 5만원(액면분할 이전)으로 계산, 20만주를 받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활황장세에서는 지분스왑이 현금결제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며 “올해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지분스왑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신조류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도개선 시급〓현행 상법 및 증권거래법에서는 직접적인 주식맞교환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다음은 현금으로 유인의 지분을 인수하고 유인은 지분매각대금으로 다시 다음 신주를 사는 현금거래가 수반된다. 한글과컴퓨터의 하늘사랑 인수에서도 현금이 오갔다.

올해 인터넷업종의 화두가 인수합병(전략적 제휴 포함)이고 코스닥기업들의 현금동원력이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분스왑 방식은 최상의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A사가 B사 지분을 40% 이상을 가질 자회사인 B사는 모회사인 A사 지분을 취득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유인의 경우 다음 지분을 인수한뒤 팔아야한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이와관련, “정부에서도 지분스왑이 가능하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상법 규정을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벤처육성특별법에 먼저 삽입해 시행하는 것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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