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21>동글동글 머리통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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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머리통 비뚤어진 것 좀 봐, 어떡해….”

첫아이 승민이를 처음 집으로 데리고왔을 때 아내는 한숨을 쉬었다. 수술로 태어난 승민이는 태어났을 때 동그랗고 예쁜 머리통을 가졌다. 그런데 병원과 산후조리원에서 보낸 보름새 머리통 한쪽이 눌려 비뚜름해진 것이다.

“수박 농사짓듯이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서 뉘어야 하는데, 한쪽으로만 뉘어 놓았나봐. 아기 돌보는 사람들이 참 성의가 없기도 하지.”

습관의 힘은 강해서 승민이의 고개도 늘 왼쪽 45도였다. 승민이가 자면서 무심코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우리 부부는 잽싸게 반대편으로 돌려놓았다. 또 승민이가 왼쪽으로 방향을 돌리지 못하게 왼쪽으로 베개를 받혀놓기도 했다. 이런 노력 탓인지 머리 모양이 점차 교정되면서 돌 무렵 승민이는 짱구머리가 대접받는 시대에 걸맞은 예쁜 머리통을 갖게 됐다. 아내는 ‘내가 신경 써서 키운 덕’이라며 뿌듯해했다.

그러나 둘째를 키우면서 아내의 생각이 바뀌었다. 한번도 남의 손에 맡긴 적 없이 집에서 키운 지원이 역시 보름쯤 지나자 고개가 늘 오른쪽 45도를 향하면서 머리통이 비뚤어진 것이다. 이제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지원이 머리 모양이 왜 이렇지?”

“몰라, 아기들 머리 모양은 원래 잘 이상해지나 봐!”

첫애 때는 일명 ‘베개와의 전쟁’을 치렀으나 둘째는 많이 신경 써주질 못했다. 잘 때 가끔 고개를 돌려주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도 지금 7개월 된 지원이 머리통은 아름답게 균형을 잡고 있다. 게다가 태어날 땐 길쭉했던 머리모양이 언니 못지않게 동글동글해졌다.

하나로 돼 있는 어른과 달리 아기의 머리뼈는 8개의 골판으로 돼 있어 말랑말랑하다. 태어날 때 좁은 산도를 통과하고, 두 돌까지는 뇌가 자라라는 조물주의 배려다. 이 때문에 약간의 자극에도 비뚜름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골판은 자라면서 점점 단단해지고 커져 점차 하나로 붙는다. 그 과정에서 머리 모양은 대부분 원래대로 돌아간다. 따라서 아기의 머리 모양 때문에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계속 한쪽으로만 뉘어놓으면 약간의 변형이 올 수도 있다.

갸름한 얼굴과 머리통을 위해 아기를 엎어 재우고 싶은 엄마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있다. 작년 미국 소아과학회가 발표한 유아돌연사 예방을 위한 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돌까지는 엎어 재우지 말고, 옆으로 뉘여 재우는 것도 피할 것을 권했다. 우리도 딸들의 안전과 미모를 두고 저울질했지만 적어도 엎어 재우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깨어있는 시간에 아기를 엎어 놓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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