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6자회담 성과와 과제]외면했던 北美, 일단 협상테이블로

“6자회담이 ‘원론적 기 싸움’에서 ‘실질적 협상’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것은 멀고 험난한 길이 될 것이다.”

한국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27일 제3차 6자회담(23∼26일)의 성과와 남은 과제를 이렇게 평가했다.

▽6자회담, ‘가속도’ 붙나=‘1차회담→(6개월)→2차회담→(4개월)→3차회담→(3개월)→4차회담(예정)’. 차기회담 개최까지의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북한은 1, 2차 회담에선 미국에 대해 “우리(북한)에게 ‘선(先) 핵 포기 선언’만 요구할 뿐 그에 대한 어떤 보상안도 제시하지 않는 것은 ‘협상할 자세’조차 안 돼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나 이번엔 “미국 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협상거리’가 생기면서 유명무실화될 위기에 처했던 6자회담 실무그룹회의에도 ‘할일’이 생겼다. 빠르면 7월말 열릴 예정인 제3차 실무그룹회의에선 핵 동결의 범위 기간 검증방법 상응조치를 정의해 4차 본회담에 건의하게 된다.

이와 함께 앞으로 실무그룹회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개념 문건’도 이번에 만들어졌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왕이(王毅·외교부 부부장) 수석대표는 26일 브리핑에서 “실무그룹회의에서 이처럼 구체적 논의를 하게 된 것은 (본회담의) 토론을 심화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추진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협상은 하지만, 합의는 어렵다?’=중국의 왕 수석대표는 “북핵 문제에 대해선 (북-미간에) 강한 불신과 핵 폐기 방법 범위 등을 둘러싼 이견이 있다”며 “토론이 심화되면 어려운 문제가 생겨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의 의장성명이 2차 때보다 실질적으로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핵심 개념에 대해서 여전히 ‘모호한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북-미 양국은 불신의 골이 깊어 ‘신용거래’가 어려운 상태인데도 상대에 대한 요구 수준은 여전히 높은 것도 앞으로의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북한은 핵 동결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의 200만kW 대북 전력 지원 참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을 요구했으나 미국이 ‘핵 폐기’가 아닌 ‘동결’에 대해 이런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북-미의 ‘온건파’가 주도한 이번 3차 회담 결과에 대해 양국 내부의 ‘강경파’들이 반발할 경우 앞으로의 북핵 협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베이징=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