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軍 감축 외면하며 與黨 행세하나

  • 입력 2004년 6월 9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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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8일 정책 의원총회를 가졌으나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이라크 파병 재검토 요구만 거셌다는 것이다. 주제가 ‘한미관계와 이라크 파병’이어서 그랬는지 모르나 이러고서도 여당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상보다 빨리 닥친 미군 감축으로 국민은 불안하다. 안보 공백은 어떻게 메울지, 미국의 일방적 통고에서 이미 드러났지만 한미동맹의 이완(弛緩)은 또 어떻게 추스를지 걱정이 태산이다. 여당이라면 마땅히 입장을 밝히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지난달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 결정이 발표됐을 때도 그 흔한 논평 하나 내지 않았다. 주한미군 문제만 나오면 모두 입을 다물고 마는 것이다. 만약 미군 감축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정말로 믿는다면 왜 당당하게 국민에게 설명하지 못하는가. 국민은 어려운 때일수록 집권 여당의 책임 있는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이라크 파병 재검토에 목을 매는 듯한 모습도 딱하다. 한국군 주둔지역까지 거의 결정된 마당에 파병을 재고하라니 한미동맹을 아예 깨자는 발상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얘기다.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한미 동맹관계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면 이라크 파병을 통해서라도 이를 잡아주고 보완하는 것이 이성적인 군사외교다. 양쪽을 동시에 흔들어서 대체 뭘 얻겠다는 것인가.

미국의 입장이 확고하다면 남은 일은 감축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뿐이다. 열린우리당은 이제라도 앞장서야 한다. 야당을 설득해 국회 차원의 ‘감축 연기 결의안’이라도 채택해야 한다. 그것이 집권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책무이자 초당(超黨) 외교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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