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총선民意 앞세워 본격 ‘盧 구하기’

입력 2004-04-16 18:57수정 2009-10-1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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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이후의 첫 정국 이슈는 예상했던 대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문제의 정치적 해결 여부였다.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하고 나선 것도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어 자신감을 회복한 열린우리당이다.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탄핵철회론’의 명분으로 두 가지 총선 민의를 내세웠다.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는 것이 하나이고, ‘싸우지 말고 민생을 챙기라’는 것이 다른 하나였다는 것이다.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경제 회생의 실질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정 의장이 제기한 탄핵철회론의 논거였다.

원내 3당으로 부상한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표가 탄핵철회를 위한 여야 3당 대표회담을 제의하고 나선 것은 17대 국회가 양당체제로 굳어지는 것을 저지하면서 민주노동당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의 제안을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선뜻 받아들일 만큼 상호간의 신뢰감이나 상황이 무르익지 않은 듯하다. 박 대표는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고 존중해야 한다”며 탄핵철회론을 일축했다.

박 대표는 정 의장의 제안을 총선 이후 정국의 주도권을 겨냥한 정치 공세로 여기는 것 같다. 한나라당에는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는 탄핵철회 문제를 섣불리 거론할 경우 당이 곧바로 분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총선 직전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돼 개헌저지선을 초과하는 의석을 확보하긴 했지만 아직 당내 입지가 확고하다고 볼 수는 없다. 게다가 ‘원내 121석 확보’라는 선전의 이면에는 ‘탄핵 가결’을 찬성하는 유권자들의 전폭적 지지가 뒷받침됐다는 것이 한나라당 내 정서다.

한나라당은 이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성의를 보이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선(先) 사과론’으로 예봉을 피해 가고 있다. 윤여준(尹汝雋) 의원이 노 대통령의 사과를 언급한 것도 실제 사과를 받아내 탄핵철회를 논의하겠다는 것보다는 껄끄러운 이 문제를 우회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탄핵철회를 화두로 한 정동영-박근혜 대표회담은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탄핵철회에 대한 여론이 만만치 않은 데다, 청와대가 전격적인 사과를 통해 한나라당과 박 대표에게 명분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탄핵철회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총선 유세과정에서 정 의장이 언급했던 노 대통령과 양당 대표간의 청와대 회동이 실타래를 푸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과반수 확보로 명분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판단하는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무조건 사과에 나설 가능성은 많지 않다. 선거 다음 날부터 탐색전은 시작되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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