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무엇을 해야하나 3]경제개혁

  • 입력 2003년 1월 16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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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출범할 노무현(盧武鉉) 정부는 재정위기에 대비해 균형재정 기조를 확립하고 경쟁력 강화 위주의 ‘재벌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인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와 동아일보는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새 정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제3차 심포지엄(경제분야)을 가졌다. 이날 심포지엄의 주제발표 내용을 정리한다.》

▼균형재정: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앞으로 5년간은 과거 어느 때보다 재정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내채(內債) 위기’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데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金大中) 정부 5년의 적자재정을 물려받았다.

반면 돈 쓸 곳은 많다. 사회보장 지출을 늘리고 행정수도를 옮기는 등의 공약을 실천하거나 북한 핵문제 등 국가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 재정수요도 예상된다. 새 정부는 재정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각종 불안요인을 없애면서 균형재정을 실현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공적 부채는 새로운 재정수요 증가 등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가급적 빨리 상환해야 한다.

▼구조조정:조동근 명지대 교수▼▼

김대중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정책이 절반의 실패로 끝난 것은 인내와 절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은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제도를 정비하고 구조조정의 기반(인프라)을 세우는 것이다. 특정 기업을 견제하는 것은 다른 기업이지 모든 일반 국민이 아니다. 정말 견제해야 할 기업은 수익을 못 내는 기업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지난 5년간 추진된 기업 개혁 중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재벌개혁:이주선 한국경제硏 선임연구원▼▼

‘재벌개혁’은 국제경쟁에 직면한 대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실효성 없는 경제력 집중 억제를 규제하는 데 매달려 기업의 경영재량권에 제약을 가하면 ‘성장엔진’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는다.

‘재벌’은 직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인수합병(M&A) 활성화, 은행 민영화, 최고경영자(CEO) 시장 활성화, 가격과 시장진입 규제 철폐 등 시장경쟁을 통해 규제해야 한다.

또 일률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강요하지 말고 개별 기업이 경영환경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장개방: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한국이 대외 지향적인 체제를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 국제사회의 개방요구에 응해야 한다.

농업과 서비스 분야의 시장개방은 한국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자극제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가 ‘인기주의(포퓰리즘)’를 지향하면 중국 특수(特需)를 활용하거나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실현하기 힘들다.

새 정부가 농업과 문화 개방 저지 등 수세적 통상목표에만 매달리면 앞으로 5년이 잃어버릴 5년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경제정책 열띤 토론▼

이날 토론자들은 경제활동의 주체인 기업의 시각을 경청하고, 정부 개입보다는 시장의 자율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익대 김종석(金鍾奭) 교수는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외국투자자와 개혁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기업집단의 의견을 청취해 핵심 경제주체의 신뢰회복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조조정은 정부의 과제가 아니라, 시장에서 항상 일어나는 자연현상인 만큼 기업들의 시장진입 및 퇴출에서 인위적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국대 박동운(朴東雲) 교수는 새 정부의 지방활성화 계획과 관련해 “현재 재정통계자료가 엉망인 상황에서 지방재정은 구체적 수치도 공개하지 않은 채 방만하게 운영돼 왔다”며 “지방정부의 재정통계를 공개한 뒤 지방정부 파산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재정건전화를 유도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박영균(朴永均) 논설위원은 시장의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새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시행될 경제정책의 구체적인 밑그림을 가능한 한 서둘러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최근 철도 전력 등 예정돼 있던 공기업의 민영화에 제동을 거는 정책도 흘러나오고 있다”며 “민영화보다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민영화를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희대 안재욱(安在旭) 교수는 “‘상거래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고 정부정책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장에 적합하게 발전했다’는 재벌의 탄생 배경을 도외시한 채 외국 기준만으로 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밝히는 경제개혁 방향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4차 심포지엄은 23일(목)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4층 컨퍼런스홀에서 '노무현 정부의 사회정책'을 주제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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