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 한번 없이… 세월호 추모관 밀어붙이는 인천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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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인천가족공원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이하 추모관) 건립을 추진하자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가족공원 인근 주민들이 밀어붙이기식 사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는 상대적으로 민원 발생 가능성이 낮은 가족공원에 추모기념관을 건립하는 데다 주민열람공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고 이 과정에서 특별한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는 8월 말 공사를 시작해 내년 4월 준공을 목표로 부평구 부평동 산 54의 28 인천가족공원 내 1200m² 터에 지상 2층 규모의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13일 해양수산부로부터 국고 30억 원을 받았다.

추모관은 인천가족공원 내 ‘만월당’(납골당)에서 500여 m 위쪽(산기슭 방향)에 들어선다. 1층에는 추모관, 안치단, 제례실 등이 들어서고 2층에는 유족사무실 등이 마련된다. 추모관 앞에는 추모비와 추모 공원이 함께 조성된다. 하지만 시가 추모관 건립에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추모관 건립에는 찬성하지만 장소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인천가족공원을 끼고 있는 부평구 십정동, 부평 2·3·6동 주민들은 “세월호 참사의 1차적 책임은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에 있다”며 “인천항이나 연안부두에 있는 해양수산부 땅에 추모관을 건립하는 것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모관의 성격에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가 인천 주민을 위해 민원을 감수하며 어렵게 조성한 가족공원에 정부가 주관하는 추모관을 짓는 게 맞는 일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해마다 급증하는 납골당과 화장장 수요로 향후 이들 시설을 더 확충해야 하는데 주민 의견수렴도 없이 추모관을 짓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주민 고상철 씨(63·십정동 새마을금고 이사장)는 “하루 50여 구의 시신을 화장하는 승화원이 37년간 동네에 자리 잡고 있어 이 동네 아이들은 매일 운구차량에 상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고 자랐는데 추모관이 웬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시의회 유제홍 시의원(44·새누리당·부평2)은 “공공을 위한 인천가족공원에 세월호 추모관이 들어오면 공공성이 훼손되고 향후 막대한 운영비도 인천시가 떠맡을 수 있다”며 “또 다른 재난이 일어나 제 2, 3의 추모관을 건립하자고 할 때 피해 갈 명분도 없다”고 주장했다.

시는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추모관을 건립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6월 추모관 건립을 위한 실시계획인가가 이뤄지기 전에 주민공람 및 열람공고를 2, 4월 2차례 거쳤는데 별다른 의견이 없었다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추모관 건립 대상지는 지난해 6월 이미 희생자 유족과 정부가 합의해 결정한 만큼 지금 바꿀 수는 없다”며 “이달 말 인테리어 공사 용역 발주를 시작으로 8월 말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는 총 45명으로 이 가운데 17명이 인천 출신이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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