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새권력 美 오바마 재선]어게인 족집게… ‘300명 이상’ 압승 점친 괴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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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T 통계분석가 실버의 놀라운 예지력 화제

“‘괴짜(Nerd)’의 승리.”


올해 미국 대선 승자를 가장 정확히 예측해 ‘신이 내린 적중력’이라는 칭찬이 쏟아지고 있는 통계분석가 네이트 실버 씨(34·사진)가 대선 이후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NYT) 웹사이트에 ‘538(미국 대선 선거인단 수)’이라는 대선 통계 분석 블로그를 운영하는 실버 씨는 경합 주를 포함한 51개 지역(워싱턴DC 포함)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중에서 누가 승리할지 거의 정확히 맞혔을 뿐만 아니라 득표율 차까지 대부분 비슷하게 예측했다. 대다수 여론조사 기관이 플로리다에서 롬니의 승리를 점쳤을 때도 실버 씨는 오바마가 0.5%포인트 정도로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고 실제 개표 결과도 0.6%포인트 차였다.

실버의 ‘신통력’은 선거인단 예측에서 더욱 빛났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오바마가 선거인단 확보에서 이길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대부분 280∼285명 선으로 300명 고지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점쳤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해 오바마 284명, 롬니 254명으로 점쳤지만 실버 씨는 대담하게 313명이라고 밝혀 “제 정신이냐” “오바마 대변인이냐”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 오바마는 303명(미확정된 플로리다 주 29명 제외)을 확보해 실버의 적중도를 입증했다.

실버 씨는 오바마가 10월 초 대선 TV토론에서 부진해 롬니에게 지지율이 역전당했을 때도 꿋꿋하게 ‘오바마 승률 85%’라는 통계를 내놔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는 2008년 대선 때도 50개 주 가운데 인디애나를 제외한 49개 주의 승자와 상원의원 당선자 35명도 맞혀 명성을 얻었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컴퓨터 앞에 붙어 있어 ‘공부벌레’ ‘괴짜’ 스타일로 알려진 실버 씨는 “응답을 좌우하는 모든 변수를 포함시켜야 객관적인 통계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고난도 분석이 동원되는 통계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그는 직접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평균치를 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응답자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하우스 효과’로 불리는 조사자의 정치적 성향을 수치화해 이를 제거하는 기법을 활용한다. “대다수 여론조사 기관들은 보수 성향이기 때문에 이 변수를 제거하면 오바마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 그는 세계 최대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을 “롬니 편향적”이라고 공격해 일대 설전을 벌였다. 실버 씨는 지역별 경제지표와 인구학적 변화 추이도 여론조사 결과에 포함시키는 자신만의 복잡한 통계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실버 씨의 적중력이 입증되면서 그가 지난달 출간한 ‘신호와 잡음’이라는 저서는 대선 다음 날인 7일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판매율이 850% 급등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저서는 현재 아마존에서 ‘세 바퀴’라는 아동 서적에 이어 판매실적 2위를 달리고 있다.

실버 씨 덕분에 NYT도 덩달아 신났다.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기 위해 NYT 사이트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기 때문. 올해 초만 해도 NYT 방문자의 1%만이 그의 블로그를 찾았으나 선거 직전 5일에는 NYT 방문자 5명 가운데 1명이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려고 NYT를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달 NYT 웹사이트에서 ‘538’은 여덟 번째로 많은 검색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시카고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실버 씨는 KPMG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취미인 야구의 승률 예측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라인 야구 사이트에 팔아 큰돈을 벌었다. 도박에서 소질을 발견한 그는 전문 온라인 포커 플레이어로 나섰다가 의회가 온라인 도박 규제를 강화하면서 큰돈을 잃게 된다. 복수심에 불타 정치인들의 선거 승률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실버 씨는 개인적으로 ‘538’ 블로그를 운영해 왔고 그의 장래성을 간파한 NYT가 2010년 블로그를 전격적으로 자사 웹사이트에 포함시켰다.

한편 미국의 3대 케이블 TV 방송사들은 대선 승자 예측 발표 보도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미 방송사들은 자사의 통계 분석 시스템을 바탕으로 승자를 일찌감치 예측하는데 누가 먼저 발표하느냐에 사활을 건다.

오바마 재선 확실을 가장 먼저 발표한 곳은 친(親)오바마 성향의 MSNBC. 6일 오후 11시 10분 ‘44대 대통령 오바마’라는 자막을 올리며 승자를 알렸다. 5분 후 중립적인 CNN이 발표했고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가장 늦은 11시 17분에 발표했다.

미국의 대선 결과가 최종 판명되기까지 마감시간에 몰린 유럽 언론들은 갖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벨기에 일간 ‘헷 라츠터 니우스’는 오바마와 롬니의 당선 관련 1면 머리기사를 아예 두 장의 커버로 만들어 독자들에게 발송했다. 다른 일간지 ‘르 수아르’는 1면에 게재한 오바마의 사진 하단에 ‘오바마가 졌다면 2면으로’, ‘이겼다면 3면으로’라는 문구를 달아 독자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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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대선#네이트 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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