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석 선장은 진정한 뱃사람…치료하게 돼 영광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4일 1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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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선장님은 진정한 뱃사람이었습니다. 치료를 한 제게 큰 영광이었고 소중한 기억입니다."

4일 '아덴만 영웅' 석해균 선장의 퇴원을 맞아 그를 살려낸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장 이국종(42) 교수는 이렇게 밝혔다.

총상을 입은 석 선장의 치료 기간 매일 매일이 생사를 오간 고비였지만 석 선장과 가족들은 오히려 자신을 격려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이 교수는 석 선장의 치료에 국민적 이목이 쏠렸지만 다른 중증외상환자와 마찬가지로 기본에 충실한 치료를 해 'VIP 신드롬'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VIP 신드롬은 자신이 잘 아는 사람에 대한 치료나 유명한 사람에 대한 의료행위를 할 때 너무 잘 해주려다가 과잉진료를 해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 교수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마취통증의학회 세미나에 참석, 석 선장의 퇴원을 지켜보지는 못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석 선장의 퇴원에 대한 소감은.

"정말 좋다. 치료하던 환자가 건강을 회복해 병원 문을 나설 때 의사는 가장 보람을 느낀다. 특히 중증외상환자의 95%는 암환자 등과 달리 퇴원을 하면 곧바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 석 선장님을 치료한 것은 내게 큰 영광이었고 소중한 기억이다."

-석 선장은 어떤 분이었나.

"진정한 뱃사람, 바다 사나이다. 힘든 치료를 받으면서도 '인생 뭐 있느냐. 옳다고 생각하면 밀고 나가라'며 오히려 나를 격려했다. 가족 분들도 내 앞에서 눈물 한번 흘려본 적이 없는 훌륭한 분들이었다. 석 선장님이 진해 해군기지에서 정신교육을 담당할 것이라고 했고, 기지 앞에 좋은 낚시 포인트를 안다며 함께 낚시를 하자고 했다."

-치료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오만 현지치료부터 매일 매일이 고비였다. 삶과 죽음 사이를 줄타기하는 듯 했다. 폐가 나빠져 인공호흡기를 다시 달 때는 정말 힘들었다. 워낙 의지가 강한 분이라 어려움을 이겨내셨다."

-국민적 이목이 집중됐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부담이 컸다. VIP 신드롬을 이겨내기 위해 기본에 충실한 치료를 했고 원칙을 지켰다."

-석 선장 치료가 국내 중증외상 대응시스템에 대한 과제를 던졌는데….

"전문의 3명, 간호사 3명이 24시간 우리병원 중증외상센터를 지키고 있다. 정부로부터 아무 지원이 없다.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해 얘기하기 싫다. 다만 석 선장님 치료가 우리나라 중증외상센터의 나아갈 길에 대한 '임팩트'를 충분히 줬다고 본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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