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UAE로 송금 차단…OPEC 탈퇴 보복 조치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7월 8일 16시 47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AP/뉴시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AP/뉴시스
걸프국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해 물밑 금융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UAE가 수단과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와 맞선 데 이어, 최근 사우디 주도의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탈퇴하는 등 양국 간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는 자국 은행에서 UAE 계좌로 송금을 차단하거나 지연시키고 있다. 기업 간 송금은 물론 개인 간 소액 거래까지 명확한 설명 없이 막히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실제로 UAE 두바이에 본사를 둔 헬스케어 기업 임원은 수년간 거래한 사우디 기업으로부터 받아야 할 대금 결제 3건이 올 5월 중순 이후 막힌 상태라고 FT에 전했다. 이에 대해 사우디 중앙은행은 성명을 통해 특정 국가를 겨냥한 조치는 아니라고 밝혔다. 사우디-UAE 교역 규모는 연간 200억 달러(약 27조 원)에 달한다.

올 5월 UAE의 OPEC 탈퇴를 계기로 양국간 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UAE가 OPEC 탈퇴 뒤 원유 생산을 크게 늘리면서 지난달 하루 평균 생산량이 약 380만 배럴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4월 이후 최대 규모로, 올 2월 이란 전쟁 발발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전보다도 많다. UAE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는 늘어난 생산량을 바탕으로 원유를 할인가에 판매하고 있다.

양국 관계 악화는 걸프 지역 패권을 둘러싼 안보 갈등에서 비롯됐다. 2023년 수단 내전 당시 사우디는 정부군, UAE는 반군을 각각 지원했다. 예멘 내전에서도 사우디는 정부군을, UAE는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며 대립했다.

막대한 오일 머니와 수니파 이슬람 종주국을 내세운 사우디는 2017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장악한 뒤 UAE와의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었다. 특히 미-이란 전쟁 중 이란의 공습이 집중된 UAE를 사우디가 사실상 지원하지 않으면서 양국간 불신이 팽배해졌다. 이에 UAE는 사우디 등 아랍국들이 거리를 두고 있는 이스라엘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등 독자 행보를 보였다.

양국 갈등을 계기로 향후 아랍 왕정 산유국인 걸프국들의 내부 결속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은 1981년부터 사우디를 중심으로 정치경제협력체인 걸프협력회의(GCC·사우디 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 쿠웨이트가 회원국)를 바탕으로 밀착해 왔다.

사우디와 UAE 간 갈등은 OPEC의 운영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7일 로이터통신은 “미-이란 전쟁 후 걸프 산유국들이 시장 점유율을 되찾고자 벌이는 경쟁은 66년 역사를 가진 OPEC의 해체를 앞당길 수 있다”며 “OPEC이 과거처럼 시장을 조율하는 조직이 아니라 허울 좋은 ‘종이호랑이(Paper Tiger)’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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