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종전협상]
美 “협상 개최” 띄우며 이란 압박
이란 “그들의 일” 일축, 협상 뜸들여
“번영하는 미래” “합의 없으면 폭격”
트럼프 냉-온탕 발언 역효과 낼수도
협상 준비하는 이슬라마바드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을 앞두고 21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곳곳에 미국, 파키스탄, 이란 국기와 ‘이슬라마바드 대화’라고 영어로 쓰인 홍보물이 등장했다. 협상은 이르면 22일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슬라마바드=AP 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양측은 11, 12일 1차 협상이 열렸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리턴 매치’를 앞두고 막판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미국은 2차 협상 개최를 기정사실화하며 대(對)이란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CNBC방송 인터뷰에서 “이란과 ‘훌륭한 합의(great deal)’를 맺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강조하며 협상 참여에 대한 공식적인 확답 없이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파키스탄 정부가 양국 협상단의 안전 확보를 위해 수천 명의 경호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며 협상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고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 美, 협상 개최 임박 강조 vs 이란은 일단 뜸 들이기
NYT와 CNN 등은 1차 협상 때 미국 대표단을 이끈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슬라마바드로 출발한다고 보도했다. 또 1차 협상과 마찬가지로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밴스 부통령과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여전히 2차 협상에 선을 긋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미국 대표단의 파키스탄 방문 계획을 두고 “그들의 일”이라고 일축하며 “미국이 합의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백악관은 월요일(20일) 내내 이란이 협상단을 이슬라마바드로 보낼지에 대한 신호를 기다렸다”고 했다.
다만 이란의 이런 태도는 최대한 협상력을 키우려는 전략일 수 있다. 특히 액시오스는 이란 협상단이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고, 20일 밤에 ‘협상 참여’ 승인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협상단을 파견한다고 전했다.
NYT는 밴스 부통령이 협상에 참여하면 이란은 1차 협상 때 이란 대표단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2차 협상에도 대표로 참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 채찍-당근 병행하는 트럼프 메시지 “역효과” 우려
미-이란 간 2차 협상이 임박했단 평가가 나오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루스소셜에 “베네수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란에서의 결과도 놀라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란의 새로운 지도자들(정권 교체!)이 현명하다면, 이란은 위대하고 번영하는 미래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이 미국과 종전에 합의하면 경제 제재 해제 등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PBS방송 인터뷰에선 합의 없이 휴전이 종료될 경우 이란에 “많은 폭탄이 쏟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트루스소셜엔 “우리가 이란과 체결하려는 이번 합의는, 버락 ‘후세인’ 오바마와 ‘졸린’ 조 바이든이 체결한 ‘이란 핵 합의’로 불리는 JCPOA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미국은 이란과 ‘향후 15년간 우라늄 농축 수준을 3.67% 이하로 제한한다’는 JCPOA를 맺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결국 당시 자신의 파기 결정을 합리화하는 동시에 이란에는 JCPOA 때보다 더 큰 양보를 해야 한다고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21일에도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휴전을 여러 차례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롤러코스터 같은 메시지를 내는 건, 상대를 혼란스럽게해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특유의 ‘매드맨(madman·미치광이)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이 지나치게 불확실성을 키워 협상에 역효과를 낸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WP는 이란 관계자를 인용해 “협상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지속적인 해상 봉쇄”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혼란스럽고 강경한 메시지가 이란 내 ‘협상파’ 입지를 위축시키고 ‘강경파’의 힘을 키운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재국 파키스탄도 우려하고 있다. WP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미국 측에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강경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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