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왕이 방한 계속 미루는 中, 北-러와는 고위급 교류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21일 04시 30분


北 다녀온 왕이, 방한 사실상 보류… 北-러 외교수장 초청 등 바짝 밀착
美中회담 앞두고 반미 연대 다져… ‘中이 남북관계 중재’ 韓구상 차질
“北美대화 성사, 중동 상황에 달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왼쪽에서 세 번째)과 회담을 갖고 있다. 앞서 왕 부장은 9∼10일 평양을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반미 연대를 강조하는 등 북-중-러 밀착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왼쪽에서 세 번째)과 회담을 갖고 있다. 앞서 왕 부장은 9∼10일 평양을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반미 연대를 강조하는 등 북-중-러 밀착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음 달 방중을 앞두고 한중 고위급 교류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북한, 러시아가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이재명 정부의 구상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이란 전쟁 장기화로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이후 본격화된 북-중-러의 ‘3각 밀착’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정세가 우선순위로 다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韓 정보수장-中 외교수장 방중-방한 보류

당초 정부는 1월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중 이후 왕이(王毅) 외교부장 방한을 통해 한중 관계 복원 분위기를 이어가려 했지만 왕 부장의 방한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중순으로 양국 간 방한이 논의됐지만 양회 등 중국 정치 일정과 그달 말로 잡힌 미중 정상회담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조현 외교부 장관이 방중한 만큼 형식상 왕 부장이 방한할 차례지만 이미 정부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목표 시점(1분기)은 지나간 상황이다. 중국은 양회 전인 지난달 초 방북을 추진했지만 미국과 이란 전쟁 개전 등 여파로 일정을 취소했다가 이달 9, 10일 방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한중 전략소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북한의 대화 복귀 등 한반도 정세 변화를 이끌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무역 갈등이나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 등이 화두에 오를 미중 회담 테이블에 북-미 대화 등 한반도 의제를 올리는 게 정부의 대북 구상과도 합치된다는 것. 한 소식통은 “북한을 다녀온 왕 부장 방한이 보류되고 있는 건 북-중 고위급 소통 결과가 우리 기대와 다르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여전히 북-미 대화 및 남북 관계 개선 시점과 필요성에 대한 온도 차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올 1월 이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한반도 문제에 중국이 중재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시 주석은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속도 조절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추진하던 방중이 중국 사정으로 보류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북한, 러시아와 밀착하는 기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이달 14, 15일 왕 부장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했고, 왕 부장은 방북 기간 최선희 외무상을 중국에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년 7개월 만에 방북한 왕 부장을 만나 “사회주의 중심의 조중(북-중) 우호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심화 발전시키고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고 했다.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중-러, 북-러 정상회담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라브로프 장관은 방중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상반기 방중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회담 뒤 중국이 러시아와 곧바로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최근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이 추진되는 것을 두고 다음 달 김 위원장의 방러 조율을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23년 9월 러시아를 방문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중-러가 최근 고위급 소통에 적극적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 중동 상황 안정화, 북-미 대화 관건 될 듯

이 같은 기류는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계기 북-중-러 정상의 ‘톈안먼(天安門) 망루 연대’ 이후 반미(反美) 연대를 공고화하는 흐름 속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질서 재편 속 중국이 북-러와의 밀착을 통해 향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 미중 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도 중-러와의 밀착이 핵 보유국 위상을 공고화하는 등 대미 협상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미중 회담을 전후해 북-미 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김 위원장과) 만나는 건 참 좋다”며 “(만남이) 이번에 중국에 가는 시기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고, 그 이후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언급한 적도 있다. 소식통은 “북-미 대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지속적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도 “현 중동 상황의 안정화 여부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방중#북-중-러 3각 밀착#미중 정상회담#한중 고위급 교류#북-미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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