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로 홍해 등 대체항로 주목
사우디, 동서 횡단 송유관으로 해협 우회
UAE, 해협 바깥쪽 푸자이라항 적극 활용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걸프국들이 대체 항로를 활용한 원유 수출을 꾀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세계 원유 운송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당장 완전 대체할 순 없지만, 국제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홍해와 오만만 등을 이용한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 역량을 강화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는 아라비아반도 동부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지 않고 반대편(아라비아반도 서부)에 있는 홍해 연안 항구 얀부까지 원유를 운송하는 송유관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송유관은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의 수송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짐 크레인 라이스대 베이커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홍해로 이어진 사우디 송유관이 없었다면 글로벌 경제는 더 심각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UAE는 호르무즈 해협 바깥 쪽에 있으며 아라비아반도 남부에 위치한 푸자이라항을 우회로로 적극 활용 중이다. 현재 아부다비 인근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는 송유관을 통해 푸자이라항으로 운송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전남 여수에 도착한 UAE산 원유 200만 배럴도 푸자이라항을 통해 운송됐다. 최근 이란은 UAE의 호르무즈 해협 우회를 막기 위해 이곳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사우디 등 걸프국들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호르무즈 공격 사태를 통해 대체 항로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사우디는 동부 유전지대에서 서부 얀부항까지 아라비아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약 1000km 길이의 송유관을 건설했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이란과 마주한 아라비아반도 동부 지역을 활용한 원유 유통 의존도를 더욱 줄일 것으로 보인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센터장(중동학)은 “사우디가 한동안 침체돼 있던 ‘네옴 프로젝트’ 등 서부 개발 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 네옴 프로젝트가 발표됐을 때도 사우디 안팎에선 ‘이란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라 식료품의 약 80~85%를 수입하는 걸프국들은 식료품 등의 수입 때도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줄일 전망이다. 특히 걸프 6개국 모두와 국경을 맞대 허브 역할을 하는 사우디는 개전 직후 ‘물류망 이니셔티브’를 발족해 생필품의 원활한 수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CNN은 “식료품과 의약품을 실은 배들이 사우디 서부 제다항으로 향하면서 이곳이 걸프국들의 생명줄로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AE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기뢰 제거 등 군사작전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이를 두고 두바이 항만을 글로벌 물류 허브로 육성해 온 UAE가 이란의 보복 공격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 및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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