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내 중대 전투 시작”…내주 4차 핵협상 앞두고 전격 공습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28일 18시 01분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후 이란발 미사일 경보가 울리자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대피소에 모인 사람들. AP뉴시스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후 이란발 미사일 경보가 울리자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대피소에 모인 사람들. AP뉴시스
미국과 이스라엘이 28일(현지 시간) 이란을 전격적으로 폭격했다.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 지도부를 타격한 ‘12일 전쟁’ 이후 약 8개월 만에 이란 본토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약 8분 길이의 영상을 통해 “조금 전 이란 내 중대 전투를 시작했다”며 “우리의 목표는 임박한 이란의 위협을 제거함으로써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의 미사일을 파괴하고 그들의 미사일 산업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이란을 상대로 예방적(preventive)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이날 이란의 보복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국민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본토 전역에 방공 사이렌을 울렸다.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 후 자국 내 사업장 폐쇄와 휴교령을 발표했다.

2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폭발이 발생한 후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AP뉴시스
2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폭발이 발생한 후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AP뉴시스
AP통신, 이란 국영TV 등에 따르면 이란의 수도 테헤란 도심에는 폭발과 함께 굵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테헤란의 폭발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집무실 인근에서 일어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올해 86세인 하메네이가 폭발 당시 집무실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일단 이번 타격이 예방적 성격의 공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방타격은 위험의 싹을 미리 자르는 데 초점을 두는 군사행동이다. 이번 합동 공격의 초기 단계는 나흘 동안 지속될 계획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공격은 양측이 3차 핵협상을 펼치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시행됐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26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차 핵 협상을 진행한 뒤 긍정적 평가를 내린바 있다. 최종적인 협상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고 그간 합의의 걸림돌로 평가돼온 우라늄 농축 중단 문제 등에 진전이 있었다고 이란 측은 주장했다. 이어 다음주 중 오스트리아 빈에서 4차 회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AFP=뉴스1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핵 시설이 얼마나 파괴됐는지에 따라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확산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핵 시설 파괴가 제한적이거나,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항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작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집권 1기 당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이었던 가셈 솔레이마니에 대한 살해 작전을 펼쳐 성공했다. 지난해 이란과의 ‘12일 전쟁’ 당시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알리 샤드마니 이란군 전시참모총장, 호세인 살라미 IRGC 총사령관 등을 표적 살해했다. 올해 초 베네수엘라의 철권통치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군사 작전으로 축출했다. 지난달 13일 이란 반정부 시위대의 집단 처형 중단을 촉구하면서 실제 과거 사례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공습만으로 이란의 정권 교체를 유도하긴 어렵다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작전 때처럼 특수부대 등 소규모 지상군을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인명 피해 위험 부담이 커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약 9200만 명, 탄도미사일 2000여 기를 보유한 이란은 중동의 대표적인 군사 강국이다. 또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이란 지상군은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등에서 높은 역량을 보여줬고, 하메네이에 대한 경호 수준도 매우 높다. 지상군 투입은 미국으로서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조치인 것이다.

이란은 자국을 향해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공격 규모와 관계없이 ‘침략 행위’로 간주해 보복할 것을 공언해왔다. 이란이 카타르 등에 위치한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이란에 제한적인 작전에 돌입한다면 이란은 협상 테이블을 떠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공격은 침략 행위에 해당하며, 당연히 그에 따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란이 헤즈볼라 같은 무장단체를 이용해 해외 미군 기지 등에 반격을 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이 예멘 후티 반군, 유럽 내 잠복해 있는 헤즈볼라 등과 함께 공격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3차에 걸친 핵협상을 진행해왔다. 미국은 이란에 △고농축 우라늄 폐기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여타 테러리스트 대리 세력 지원 등을 수용하라고 압박해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때부터 이란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202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협정(JCPOA)를 전격 파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란은 우라늄 일부 포기 등은 수용할 수 있지만 핵 프로그램을 전면 포기할 순 없다고 맞서왔다. 농축 우라늄을 희석해 농도를 낮출 수는 있지만 전면 폐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핵 프로그램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어떤 나라도 이란이 이 기술을 평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폈다. 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등은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을 거부해왔다.

팸비치=AP/뉴시스
팸비치=AP/뉴시스
이란은 미국의 공습에 대비해 주요 핵시설에 대한 방어 태세를 강화해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방공망 강화를 위해 러시아와 4억9500만 유로(약 8431억 원)의 비밀 무기거래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모스크바에서 체결한 합의를 통해 이란에 3년에 걸쳐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발사장치 ‘베르바’ 500대, ‘9M336’ 미사일 2500기를 인도하기로 했다. 베르바는 순항 미사일, 저고도 항공기, 드론을 타격할 수 있는 어깨 견착식 적외선 유도 미사일이다. 러시아는 2027년부터 2029년까지 3차례 무기를 인도할 예정인데, 이미 일부가 이란에 인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주요 핵시설에 대한 방어력 강화도 추진해왔다. 미국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란은 최근 수도 테헤란 외곽 파르친 군사기지의 ‘탈레간2’ 시설을 재건하고 외부 침입에 대비한 요새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콘크리트로 핵 시설을 덮어 마치 석관 형태처럼 은폐해 위성 감시를 피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탈레간2는 핵무기 기폭장치 설계를 위한 고성능 폭발 실험이 진행된 곳으로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공습에 타격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6월 미국이 폭격한 이스파한 핵시설 입구도 흙으로 은폐했다. 1월 하순부터 터널 입구를 매립하기 시작해 2월 초 입구를 모두 흙으로 매워 터널 단지로 향하는 모든 지상 통로를 차단했다. 이 같은 작업은 공습이 전개됐을때의 충격 완화와 지상군 특수부대의 침입을 막기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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