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미국 국무부 세라 로저스 공공외교 차관이 “당국에 사실상 검열권을 부여해 기술 협력을 위협한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 유럽연합(EU) 등 타국의 디지털 규제 법안이 자국 빅테크를 억압한다며 강하게 반대해 온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또 한 번 이 같은 기조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로저스 차관은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를 통해 “한국의 네트워크법(Network Act) 개정안은 표면적으로는 딥페이크 문제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기술 협력 또한 위태롭게 한다”고 밝혔다.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이 개정안은 고의로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한 언론·유튜버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로저스 차관은 “딥페이크가 우려스러운 문제인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규제 당국의 관점에 따른 검열보다는 피해자들에게 민사 구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규제 당국이 ‘표현의 자유’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특히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유튜브, X 등 미국 빅테크의 플랫폼 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12월 23일 EU의 빅테크 규제 입법을 주도한 티에리 브르통 전 EU 내수 담당 집행위원 등 EU 전현직 고위 인사 5명의 입국을 금지했다. 미국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검열하고, 수익 창출을 제한하는 등의 조직적 압박을 가했다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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