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마존 택배냐”… 美, 불법체류자 추방때 물류창고에 수용 논란

  • 동아일보

WP “더많이 더빨리 추방하려 추진”
시민단체 “가축처럼 취급” 비판

[팜비치=AP/뉴시스]
[팜비치=AP/뉴시스]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 전역의 물류 창고를 활용해 불법 이민자의 구금 및 추방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 보도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물류 취급 체계를 도입해 불법 이민자를 더 빨리, 더 많이 추방하겠다는 취지지만 “사람을 택배 물품이나 가축처럼 취급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WP가 입수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자료에 따르면 ICE는 불법 이민자 구금 및 추방 절차 개편을 추진할 업체를 찾고 있다. 현재 ICE는 구금시설 중 빈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 수용자들을 이리저리 옮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새로운 불법 이민자 구금 및 추방 체계는 전체 구금자를 몇 주간 ‘처리 센터’에 수감하고 이들을 각각 1만 명의 수용이 가능한 전국 7곳의 대규모 창고 중 하나로 이동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같은 개편 시도는 안전, 인권 측면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애초에 사람이 거주하는 게 아닌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지어진 창고라 환기, 온도 조절, 급수, 각종 위생 장치 등이 열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단체 ‘내셔널이민프로젝트’의 활동가 태니아 울프는 WP에 “사람을 ‘가축’처럼 대하려 한다. 비인간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백악관 실세’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반이민 정책을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24일 보수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을 비판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방송하려던 미 CBS 제작진의 해고를 촉구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제작진을 향해 “이들은 미국인의 손에 구멍을 뚫고, 소녀를 강간·살해한 괴물들에게 동정심을 느끼도록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CBS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중남미 국가인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테러범 수용센터(CECOT)’로 추방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이 수용 과정에서 학대받은 내용을 21일 방영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바리 와이스 보도국장은 ‘밀러 부비서실장 등 트럼프 행정부 인사의 반론 인터뷰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방송 몇 시간 전 보류를 지시했다. 제작진은 “와이스 국장이 정치적 이유로 방송을 막았다”고 반발했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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