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성 노구치 유리나가 인간 대신 AI 파트너와 결혼식을 올리며 가상 캐릭터와의 정서적 결합이 주는 구원과 위험성을 동시에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고독한 현대인의 AI 의존증이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시스
일본에서 30대 여성이 인간 약혼자와 결별한 뒤 인공지능(AI) 생성 캐릭터와 상징적인 결혼식을 올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여성은 AI와의 교제가 과거 겪던 정신 질환과 자해 충동을 완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기술이 인간의 정서적 공백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본 오카야마현에 거주하는 노구치 유리나(32)는 지난 10월 자신의 AI 파트너 ‘룬 클라우스 베르뒤르’와 상징적인 결혼식을 거행했다.
노구치는 증강현실(AR)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채 이젤 위에 놓인 스마트폰 화면 속 신랑과 마주 섰다. 음성 기능이 없는 AI 신랑을 대신해 웨딩 플래너가 결혼 서약을 대독했고, 노구치는 스스로 자신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며 부부가 됐음을 선언했다.
● “약혼 파기 조언이 시작”…챗봇에서 AI 배우자로
이 기묘한 관계의 출발점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구치는 당시 인간 약혼자와의 갈등으로 고민하던 중 챗GPT에 상담을 요청했고, AI로부터 “약혼을 파기하는 것이 낫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약혼을 정리한 뒤, 챗봇에 자신이 좋아하던 비디오게임 캐릭터의 말투와 설정을 학습시켜 AI 연인 ‘클라우스’를 만들었다.
노구치는 “처음에는 단순한 대화 상대였지만 점점 감정이 깊어졌고, 결국 클라우스의 청혼을 받아들이게 됐다”며 “존재의 형태보다 관계가 주는 안정감이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경계성 인격 장애를 앓던 그는 AI 파트너와 교제한 이후 감정 폭발과 자해 충동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고백했다. 노구치는 “클라우스를 만난 후 세상이 밝아 보이고 삶이 즐거워졌다. 실제 신체적 존재 여부보다 그가 주는 마음의 평화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례는 일본에서 확산 중인 ‘픽토로맨틱(fictoromantic)’ 현상과 맞닿아 있다. 가상 캐릭터나 허구적 존재에 정서적·연애적 애착을 느끼는 경향으로, AI 기술 발전과 함께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AI에 대한 정서적 의존이 심화될 경우 현실 관계의 단절이나 알고리즘에 의한 감정 조작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신적으로 취약한 개인일수록 AI가 제공하는 일방적 위로에 과도하게 기대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