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백악관 각료 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찬 회담을 하고 있다. 2025.10.18.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전쟁 종식 조건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며 이를 동의하지 않으면 “파멸당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 전선 지도를 집어 던지고 욕설을 내뱉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오찬 회담을 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5.10.18. 워싱턴=AP/뉴시스
이날 FT는 회담에 정통한 관계자들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선 지도를 펼쳐두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포함한 돈바스 지역 전체를 러시아에게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회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다. FT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언쟁을 벌이며 수차례 큰 소리를 냈고 회의 내내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2025.10.18. 워싱턴=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선 “우크라는 전쟁에서 지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원한다면 당신을 파멸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선 지도를 가리키며 “이 빨간 선은 뭐냐,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또 “이제 우크라이나 전선 지도를 계속해서 보는 것도 지겹다”고 격하게 화를 내며 전선 지도를 한쪽으로 내던졌다고 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하루 앞둔 16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대가로 전쟁의 최고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전체를 넘기라고 요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돈바스 전역과 남부 2개 지역 전체를 넘기라고 요구했던 것보다 완화된 것이다. 러시아는 현재 도네츠크주 4분의 3 정도를 점령 중이다.
당초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본토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도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려고 했다. 이에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관련 논의를 벌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이를 거부했다. 이를 두고 러시아의 입김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FT는 이번 회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입장과 푸틴 대통령의 요구를 지지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조만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만날 예정이다. 두 정상은 앞서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종전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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