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회원국중 마지막 미수교국
“시리아 과도정부 수교 환영 의사”
정부가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과도정부가 들어선 시리아와의 수교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수교가 성사된다면 시리아는 한국의 194번째 수교국이 된다. 유엔 회원국 가운데 북한을 제외한 마지막 미(未)수교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게 되는 것이다. 시리아의 59년 ‘형제국’이었던 북한의 외교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은정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은 7일 시리아 수도인 다마스쿠스에서 아사드 알 샤이바니 시리아 외교장관과 면담을 갖고 수교 의사를 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시리아 과도정부의 수교 환영 의사도 확인됐다”며 “수교 관련 검토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이바니 장관도 “새로운 시리아는 한국과 양국 관계를 수립하는 것을 희망한다”며 “번영과 발전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부터 배우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한국과 시리아의 수교 논의는 54년간 독재를 이어온 아사드 정권이 지난해 12월 축출되고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인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의 과도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급물살을 탔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북한의 형제국가였던 쿠바와 지난해 수교한 데 이어 시리아와 국교를 수립한다면 북한의 오랜 우방국을 우리 편으로 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한국, 쿠바 이어 시리아와 수교 급물살… 北 외교 고립 가속
‘北형제국’ 수교 검토
알 아사드 정권 축출뒤 본격 논의
美-英-佛도 잇달아 대표단 보내
한국과 시리아 간 외교관계 수립 논의는 지난해 12월 시리아 과도 정부가 들어선 뒤 본격화됐다. 외교부가 시리아 측에 먼저 면담을 요청했고, 시리아 측이 빠르게 화답하면서 양국 간 수교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정부 대표단은 이달 4일부터 7일까지 시리아 외교장관 및 의전장과 면담을 했다. 정부 대표단의 시리아 방문은 2003년 이래 22년 만이었다.
시리아 측은 과거 우호관계를 맺어온 북한이나 러시아 등과는 관계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히며 한국과의 수교에 적극적인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에 주재하던 북한 외교관들은 지난해 12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몰락하자 러시아의 특별 전세기로 긴급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는 1970년 아사드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 아사드가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뒤 54년간 세습 독재를 이어갔다. 아사드 정권은 1966년 같은 사회주의 국가였던 북한과 수교했고, 이어진 제3차·제4차 중동전쟁에서 북한의 무기 등을 지원받았다.
북한이 시리아에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최소 40차례 이상 탄도미사일 부품과 화학무기 제조 물질 등을 실은 선박을 보냈다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보고서도 공개됐고,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사드 전 대통령이 2022년부터 지난해 1분기(1∼3월)까지 총 34차례 서신을 교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과 쿠바, 러시아와 오간 친서 건수를 넘어설 만큼 긴밀한 정상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시리아와의 수교 추진은 국제사회의 공통된 흐름이라는 것이 외교 당국의 설명이다. 과도 정부의 주축인 HTS는 알카에다의 연계 조직으로 출범했고 2018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테러단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은 시리아에 대표단을 파견해 과도정부 측과 면담을 가졌고, 시리아의 임시 대통령 아흐메드 알 샤라도 최근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미국은 물론이고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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