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정책 수장 “韓-EU 빅테크 규제 용납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8일 01시 40분


규제 입법땐 보복관세 가능성 시사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서 ‘통상전쟁’을 총괄할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보자(사진)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한국, 유럽연합(EU)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6일(현지 시간) 밝혔다. 한국 등이 구글 등 미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입법을 추진하면 ‘보복 관세’ 등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 상원 재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리어 후보자는 ‘EU와 한국 등 많은 국가들이 미국 테크 기업들에는 특별한 요건이나 세금을 부과하지만 자국이나 중국 기업에는 이를 면제한다. 이런 조치에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질의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믿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기업들을 어떻게 규제할지 등을 EU, 브라질이나 다른 국가들에 맡겨선 안 된다”며 “그들이 우리를 차별해선 안 된다.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0월 발의됐지만 여야 간 시각 차와 탄핵 정국으로 인해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리어 “북미무역협정 무임승차 안돼”… 멕시코-加 진출 韓기업 등 겨냥
“韓-EU 빅테크 규제 용납못해”
對美수출 무관세 혜택 변경 내비쳐
韓기업, 美로 공장 이전 잇단 고심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보자가 6일(현지 시간) 상원 재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보자가 6일(현지 시간) 상원 재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정부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으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동력이 완전히 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입법 논의 과정에서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그리어 후보자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이용해 제3국이 ‘무임승차’ 하는 것을 막겠다는 뜻도 밝혔다. 미국보다 생산원가가 낮은 멕시코에서 물건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USMCA에서 향후 어떤 구체적인 변경을 추진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원산지 규정 등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제3국이나 우려되는 다른 국가들이 이 협정으로 미국과 우리의 무역 파트너(멕시코, 캐나다)들을 희생시켜 혜택을 받거나 무임승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트럼프 1기 때 멕시코, 캐나다와 USMCA를 맺고 이들 국가에 무관세를 적용해 왔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USMCA를 통한 무관세 혜택과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멕시코로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에 나섰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기아, LG전자, 포스코, 현대모비스, HL만도 등 500여 개에 이른다. 캐나다에도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등 이차전지 업체를 중심으로 100여 개 기업이 둥지를 틀었다.

트럼프 2기에서 통상 압박이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고심하고 있다.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면 적지 않은 신규 투자비가 필요한 데다 멕시코와 비교해 임금 부담이 8배 이상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 중인 건조기 물량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전자도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생산하는 냉장고 일부 물량을 미국 테네시주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통상정책 수장#한국#EU#빅테크#규제#제이미슨 그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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