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한달새 5차례 ‘우크라 파병론’… “美 대신 나선 것”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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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사진도 공개… 푸틴 겨냥 해석
폴란드 외교 “서방 병력 우크라 주둔”
러 정보국장 “佛 2000명 파병 준비”
유럽 곳곳 파병론 불씨 확산 조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샌드백에 주먹을 날리며 강렬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출처 대통령 전속 사진작가 소아지그 드 라 무아소니에르 인스타그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샌드백에 주먹을 날리며 강렬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출처 대통령 전속 사진작가 소아지그 드 라 무아소니에르 인스타그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불붙인 ‘우크라이나 파병론’이 유럽 곳곳으로 번지는 조짐이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의 외교장관은 서방 병력의 우크라이나 주둔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발언해 주목받았다. 마침 전날 러시아 정보국장은 프랑스가 2000명 규모의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파병설을 더 구체화했다.

이에 서방 국가들이 공식 파병을 위한 ‘군불 지피기’에 나선 것인지, 서방 국가들이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다툼인지 묘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파병론을 다섯 차례나 언급한 마크롱 대통령은 19일 우람한 팔뚝으로 복싱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웃통 벗기’ 사진을 통해 강인함을 과시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 “서방 우크라 파병, 공공연한 비밀”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유럽연합(EU) 일부 국가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밝히며 파병론에 처음 불을 지폈다. 이에 미국, 독일 등이 파병 가능성을 부인하고 정치인들이 비판에 나서는 등 서방 국가들이 발칵 뒤집어졌다.

그럼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7일 자국 정당 지도자와의 회의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오데사에 진격하면 개입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향까지 내놨다. 독일 및 폴란드 총리와의 3국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4일에는 “옵션들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했고, 다음 날 공개된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 인터뷰에서도 “어쩌면 어느 시점에서는 러시아 병력에 맞서기 위해 지상작전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서방 분열을 노리는 러시아뿐 아니라 나토 회원국 내부에서도 혼란스러운 소식들이 이어져 파병론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까지 20일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큰 나라들의 군대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있다”며 “폴란드어에 모두가 아는 비밀을 뜻하는 ‘타옘니차 폴리시넬라’란 말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19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이 “SVR에 전달되는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파견될 (프랑스) 파병부대가 이미 준비 중이다. 초기 병력은 약 2000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美가 힘 못 쓰니 마크롱이 나서”

마크롱 대통령이 ‘외교적 파괴자(diplomatic disruptor)’라는 비판 속에도 한 달 새 다섯 차례 파병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두고 ‘약한 미국’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BBC는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가 공격성을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본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더 이상 동맹국으로 신뢰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판단해 일부러 강경한 어조로 유럽이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공교롭게 19일 마크롱 대통령 전속 사진작가 소아지그 드 라 무아소니에르의 인스타그램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강렬한 표정으로 팔뚝을 드러내며 복싱하는 사진이 두 컷 올라왔다. BBC는 “이 사진은 자신의 건강함을 보여 주려 웃통을 벗고 계속 사진을 찍는 크렘린궁의 적수(푸틴)에게 인상을 남길 것”이라고 평했다.

국제사회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취지란 분석도 있다. 도미니크 드빌팽 전 프랑스 총리는 프랑스 BFM TV에 “우리는 외교 싸움, 영향력과 신뢰를 위한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면서 이를 만회하려는 행보로 해석했다.

올 6월 예정된 유럽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친(親)러시아 극우 세력을 저지하려는 저의로 보는 시각도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은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을 저지하기 위한 카드로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활용할 것”이라고 봤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마크롱#우크라#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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