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지원 이탈 가능성에
“러가 분열 조장… 놀아나지 말아야”
美공화 ‘우크라 지원 이면합의’ 내홍… 강경파 의원, 하원의장 해임안 발의

다만 미국과 서방 주요국에서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비용 부담 증가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늘어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미국 야당 공화당은 자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한 일종의 ‘이면 합의’를 했다며 매카시 의장의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막기 위해 각종 거짓 정보와 음모론을 퍼뜨릴 가능성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 키이우에 집결한 EU 외교장관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최대 50억 유로의 지원 패키지를 우크라이나에 제안했다. 연내 관련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석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동맹 간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놀아나지 말자”고 했다. EU가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지난달 30일 EU 회원국인 슬로바키아에서 친(親)러시아·반(反)EU 성향의 야당 사회민주당이 1위를 차지하고, 미국 폴란드 등에서 거듭된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상황이 있다. 위기감이 확산되기 전 불식시키려는 시도인 셈이다. 보렐 대표는 “아직 EU 회원국 중 어떤 국가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접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쿨레바 장관은 슬로바키아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아직 연정 구성이 끝나지 않았다”며 친러 정당의 집권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물론이고 러시아에 공격용 무인기(드론)를 지원하는 이란에 대한 EU 차원의 제재를 확대하고, 추가 방공망 지원 또한 요청했다.
● 바이든-매카시 ‘이면합의’ 논란
미 정계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공방이 확대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취재진으로부터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막기 위한 임시예산안을 처리했지만 다음 협상 과정에서 매카시 의장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관해 (합의를) 하나 맺었다. 그러니 두고 보자”고 답했다.이로 인해 두 사람의 이면합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2일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발의했다. 매카시 의장이 임시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거짓말을 했고,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등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비밀 거래’를 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공화당 강경파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고 중남미 이민자들을 막기 위한 미 국경 보호에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올 1월 의장에 선출될 때도 집권 민주당에 지나치게 온정적이라는 이유로 당내 강경파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로 인해 15차례 투표 끝에 겨우 의장이 됐다. 당시 그는 강경파의 요구대로 의원 한 명이 단독으로 의장 해임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는데 이번에 이 조항이 자신의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