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노리는 중국, 러와 손 잡아도 북-중-러 구도에는 거리두기 [글로벌 포커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3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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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밀월 시대’ 돌입한 북한과 러시아
북-러 밀착 바라보는 중국의 복잡한 속내
미국 견제 위해 러와 ‘전략적 악수’
양국과 묶여 신냉전 흐름은 부담

올해 3월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4시간 반에 걸쳐 비공식 회담을 했고, 다음 날에도 공식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밀착을 과시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올해 3월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4시간 반에 걸쳐 비공식 회담을 했고, 다음 날에도 공식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밀착을 과시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밀착 행보가 중국과 러시아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과 러시아는 기존 미국 중심 일극(一極) 체제의 세계 질서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손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꾀하는 중국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 ‘왕따’나 다름없는 북한, 러시아와 북-중-러 진영으로 한데 묶이는 것이 내심 마뜩잖을 수 있다.

북-러 정상회담 일주일 후인 20일(현지 시간) 러시아를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외교장관에 이어 푸틴 대통령을 만나며 러시아와의 거리를 좁히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푸틴 대통령이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적극 지지한다”며 “중국과 협력을 더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도 “양국이 다자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 패권주의는 인심을 얻지 못한다”고 화답했다. 북-러 정상이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기를 주저하던 중국으로서는 껄끄러울 수 있지만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중-러의 협력 강화 양상이 뚜렷해졌다는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분석과 궤를 같이한다. 기존 미국 주도 세계 질서를 다극(多極) 체제로 전환해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중-러가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 왕따’로 고립된 러시아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 글로벌 공급망에서 서방에 의해 배제되는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신흥·개발도상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와 상하이협력기구(SCO)를 통해 공조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미국을 의식하는 중국이 한미일 공조에 맞서 북-중-러 블록을 형성할 가능성은 낮으며 중-러 관계도 현 수준에서 더 고도화할 확률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현재 중국의 최대 목표는 러시아와 더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북-중-러 블록이 형성되는 순간 신(新)냉전 질서로 가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북-러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하는 행보를 보이면서도 양국 외교장관 회담 발표문에 ‘북한’과 ‘미국’을 직접적으로 담지는 않았다. 북-중-러 구도로 묶이는 것을 경계하는 듯한 태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중국은 북-러 밀착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중국이 북한 핵 개발 억제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빅터 차 미 조지타운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16일 뉴욕타임스(NYT)에 “중국의 전략적 목표는 문제 해결이 아닌 안정 유지”라고 설명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도 “만약 북한이 높은 수준의 러시아 기술로 무장한다면 중국에 부담이 된다”면서 “평양이 베이징 말을 잘 안 들을 것이라고 생각해 (중국의) 완충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우위에 있지만 러시아가 여전히 많은 핵무기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사회주의 종주국 지위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았다는 점도 양국이 일정 거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의 근거로 제시된다. FP는 “중국과 러시아는 협력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여전히 서로 경계하는 관계”라며 “큰 외부 충격이 있지 않은 한 양국이 관계를 크게 변화시킬 유인은 없다”고 평가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g2#중국#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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