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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17일 치러진 대선에서 77%대 투표율에, 9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5선 고지에 오르며 더욱 강력한 ‘푸틴의 시대’를 예고했다. 야권 유력 인사의 대선 후보 등록을 막고, 최초로 온라인 투표(원격 전자투표)까지 도입하며 거머쥔 기록이지만 역대 최고 투표율과 득표율로 1인 장기 독재의 명분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승리 확정 직후 연설에서 “유권자들이 러시아가 전진하는 데 도움이 될 정치적 통합을 창출했다”, “강한 러시아, 발전된 러시아를 만들 여건을 만들어줬다”고 자평했다. 푸틴 대통령은 압승에 대한 자신감으로 ‘강한 푸틴’의 면모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는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직접 충돌하면 3차 세계대전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 “러-나토 충돌하면 3차 세계대전 온다” 러시아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러시아 대선 전국 투표율은 최종 77.44%로 집계됐다. 1996년 69.81%를 뛰어넘는 러시아 최고 투표율이다. 득표율은 더 압도적이었다. 개표율 99.76% 기준 푸틴 대통령은 87.29%를 득표했다. 스푸트니크통신은 “소련 붕괴 뒤 역대 가장 높은 대선 득표율”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대선 당시 자신의 득표율(76.7%)도 경신했다. 푸틴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이번 대선을 통해 철권통치와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한 셈이 됐다. 선거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욱 강력한 집권 5기를 열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현지 언론 콤메르산트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승리 직후 모스크바에 있는 선거운동본부에서 “러시아인의 의지를 외부에서 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서방 압박에 대한 수위도 끌어올렸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파병 시사 등으로 인한 러시아와 나토의 직접 충돌 가능성에 대해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직접 충돌한다면) 본격적인 3차 세계대전과 한층 가까워진다는 건 모두에게 분명한 사실”이라고 위협했다. 지난달 16일 옥중 의문사한 최대 정적(政敵) 알렉세이 나발니의 이름을 사망 후 처음으로 공개 언급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가 세상을 떠났다. (죽음은) 항상 슬픈 일”이라며 “나발니 씨”라고 호칭했다. 지금까지는 나발니를 ‘그 사람’ 또는 ‘블로거’로만 지칭했다. 이어 “나발니 씨가 숨지기 전에 러시아를 떠나는 조건으로 서방 감옥의 러시아 죄수와 교환하자는 정부 구성원들이 아닌 동료들의 아이디어에 나는 동의했다”고 말했다. 나발니를 언급하는 게 더는 위협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발언으로 보인다. ● “러 점령지에서 주민 정체성 말살” 서방에선 푸틴 대통령의 종신집권 길이 열린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 독재자가 또 다른 선거를 치르는 시늉만 했다”고 비꼬았다. 미 인권단체 휴먼라이츠파운데이션의 케이시 미셸 이사는 17일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면 광범위한 전쟁 위협이 임박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이날 강제병합 10년을 맞은 크림반도에서 자행해온 ‘주민 정체성 말살 정책’을 우크라이나 점령지에도 적용하고 있다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의 보고서도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AI는 17일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불법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러시아 당국이 자포리자와 헤르손, 다른 점령지의 학교에서 자행한 지독한 세뇌와 강요의 증거를 문서화했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17일 치러진 대선에서 74%대 투표율에, 9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5선 고지에 오르며 더욱 강력한 ‘푸틴의 시대’를 예고했다. 야권 유력인사의 대선 후보 등록을 막고, 최초로 온라인 투표(원격 전자투표)까지 도입하며 거머쥔 기록이지만 역대 최고 투표율과 득표율로 1인 장기 독재의 명분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승리 확정 직후 연설에서 “유권자들이 러시아가 전진하는 데 도움이 될 정치적 통합을 창출했다”, “강한 러시아, 발전된 러시아를 만들 여건을 만들어줬다”고 자평했다. 푸틴 대통령은 압승에 대한 자신감으로 ‘강한 푸틴’의 면모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는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직접 충돌하면 3차 세계대전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 “러-나토 충돌하면 3차 세계대전 온다”러시아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러시아 대선 전국 투표율은 최종 77.44%로 집계됐다. 1996년 69.81%를 뛰어넘는 러시아 최고 투표율이다. 득표율은 더 압도적이었다. 개표율 99.76% 기준 푸틴 대통령은 87.29%를 득표했다. 스푸트니크통신은 “소련 붕괴 뒤 역대 가장 높은 대선 득표율”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대선 당시 자신의 득표율(76.7%)도 경신했다. 푸틴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이번 대선을 통해 철권통치와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한 셈이 됐다. 선거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욱 강력한 집권 5기를 열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현지 언론 코메르산트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승리 직후 모스크바에 있는 선거운동본부에서 “러시아인의 의지를 외부에서 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서방 압박에 대한 수위도 끌어올렸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파병 시사 등으로 인한 러시아와 나토와의 직접 충돌 가능성에 대해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직접 충돌한다면) 본격적인 3차 세계대전과 한층 가까워진다는 건 모두에게 분명한 사실”이라고 위협했다.지난달 16일 옥중 의문사한 최대 정적(政敵) 알렉세이 나발니의 이름을 사망 후 처음으로 공개 언급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가 세상을 떠났다. (죽음은) 항상 슬픈 일”이라며 “나발니 씨”라고 호칭했다. 지금까지는 나발니를 ‘그 사람’ 또는 ‘블로거’로만 지칭했다. 이어 “나발니 씨가 숨지기 전에 러시아를 떠나는 조건으로 서방 감옥의 러시아 죄수와 교환하자는 정부 구성원들이 아닌 동료들의 아이디어에 나는 동의했다”고 말했다. 나발니를 언급하는 게 더는 위협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발언으로 보인다. ● “러 점령지에서 주민 정체성 말살”서방에선 푸틴 대통령의 종신집권 길이 열린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 독재자가 또 다른 선거를 치르는 시늉만 했다”고 비꼬았다. 미 인권단체 휴먼라이츠파운데이션의 케이시 미셸 이사는 17일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면 광범위한 전쟁 위협이 임박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러시아가 이날 강제병합 10년을 맞은 크림반도에서 자행해온 ‘주민 정체성 말살 정책’을 우크라이나 점령지에도 적용하고 있다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의 보고서도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AI는 17일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불법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러시아 당국이 자포리자와 헤르손, 다른 점령지의 학교에서 자행한 지독한 세뇌와 강요의 증거를 문서화했다”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또다시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기다리던 민간인들을 공격해 최소 2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괴한들의 소행”이라며 자신들과 연관 없는 사건이라고 부정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14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을 기다리던 주민들이 공격을 받아 최소 20명이 목숨을 잃고 150명 이상이 다쳤다”고 15일 보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을 표적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참사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군은 “드론 사진 등을 검토해 봤을 때, 팔레스타인 무장괴한이 저지른 것”이라며 “구호트럭 도착 약 1시간 전부터 괴한들이 발포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괴한의 단순 총격이 아닌 군 단위의 포격이 벌어졌단 목격담이 나오고 있다. 16세 소년 알리 알 아주리는 NYT에 “30명 정도가 모여있었는데 포탄이 이들 쪽으로 날아갔다”고 전했다.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 또한 “상처를 보면 소총이 아닌 포격이 확실하다”고 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구호트럭에 몰려든 순간, 공중에서 헬리콥터가 공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에도 구호품을 실은 트럭에 몰렸던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최소 121명이 목숨을 잃는 참변이 발생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총을 쏜 건 맞으나 위협용이었다”며 “대다수 사상자는 트럭에 치이거나 서로 압사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간인 사망 책임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결렬 위기에 몰렸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은 곧 재개될 가능성이 전해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휴전 합의 조건으로 영구 휴전 및 이스라엘군 철수를 내세웠던 하마스가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며 “이스라엘도 카타르에 협상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마스의 입장 변화는 라마단 기간에도 전쟁이 이어지자 아랍 중재국이 압박 수위를 높인 게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국내외에서 휴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유대계인 척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네타냐후를 “평화의 걸림돌”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장애는 당신의 미래를 정의할 수 없습니다.” 6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이후 70년 넘게 ‘철제 산소통(아이언렁·iron lung)’ 안에서 살면서도 다양한 활동을 해 사람들의 귀감이 됐던 미국인 폴 알렉산더 씨가 11일 사망했다. 변호사, 작가로 일했고 최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도 33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많은 이에게 희망을 안겨 줬다. 지난해 3월에는 이 산소통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알렉산더 씨는 1946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그리스계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났다. 1952년 미 전역에 소아마비가 창궐했을 때 이 병에 감염돼 목 아래가 완전히 마비됐다. 당시에는 소아마비 백신이 일반화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원통 모양의 철제 산소통 안에 누워서 지냈다. 백신이 없었을 시절 소아마비의 가장 심각한 증상은 호흡에 활용되는 근육인 횡격막 및 가슴 근육의 마비였다. 당시 환자들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바로 ‘아이언렁’이었다. 머리를 제외한 모든 신체를 넣은 뒤 간헐적으로 음압을 부여해 폐가 부풀도록 하는 인공호흡 장치다. 훗날 휴대용 인공호흡기가 개발됐지만 이미 그의 흉부 근육이 많이 손상됐다. 이로 인해 아이언렁 없이 호흡할 수 없었다. 기계 밖으로 내놓은 얼굴 말고는 신체를 움직일 수 없어 식사 같은 기본 활동도 일일이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다만 삶에 대한 그의 열정은 어느 것에도 꺾이지 않았다. 스스로 호흡하는 법을 연습하면 강아지를 키우게 해주겠다는 어른들의 말에 부단히 노력하여 하루 수분에서 수시간씩은 기계가 아닌 휠체어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자유롭지 않은 손 대신 입으로 연필을 물고 공부한 끝에 텍사스대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30년 이상 변호사 활동을 했다. 플라스틱 막대와 펜을 사용해 키보드를 두드리며 회고록도 출간했다. 책 한 권을 쓰는 데 무려 8년이 걸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알렉산더 씨는 지난달 틱톡 영상을 통해 불안과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수년간 조언과 위로를 전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손이 움직이지 않아 누군가를 만질 수 없고, 예외적인 때를 제외하면 누구도 나를 만지지 않아 절박한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말하면서도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이 말은 꼭 해야겠다”며 “삶이란 정말 특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금만 참으라. 모든 게 괜찮아질 것”이라며 불안을 느끼는 청년세대를 위로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북한이 자체적인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15∼17일 실시되는 대선을 앞두고 이날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및 로시야1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북한은 자체적인 핵우산을 갖고 있다”며 “우리에게 (핵우산 관련) 어떤 도움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발언은 인터뷰 진행자가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자국군을 파병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응하려면 러시아 또한 북한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그 대가로 핵우산 등을 제공할 수 있지 않느냐’고 질문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이 “북한이 핵우산을 갖고 있기에 애초에 이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북한제 포탄을 사용한 증거들이 속속 나오자,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가 북한에 핵심 기술을 이전했을 거란 의혹이 커졌다. 국제 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고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일종의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북한이 자체적인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15~17일 실시되는 대선을 앞두고 이날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및 로시야1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북한은 자체적인 핵우산을 갖고 있다”며 “우리에게 (핵우산 관련) 어떤 도움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이 발언은 인터뷰 진행자가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자국군을 파병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응하려면 러시아 또한 북한군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그 대가로 핵우산 등을 제공할 수 있지 않느냐’고 질문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이 “북한이 핵 우산을 갖고 있기에 애초에 이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북한제 포탄을 사용한 증거들이 속속 나오자,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가 북한에 핵심 기술을 이전했을 거란 의혹이 커졌다. 국제 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고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일종의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올 1월 복부 수술 후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않아 건강 이상설에 휩싸인 캐서린 영국 왕세자빈(42)이 10일(현지 시간) 약 2개월 만에 세 자녀와 함께한 근황 사진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하지만 해당 사진의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건강 이상설만 증폭되자 하루 만인 11일 “사진을 보정했다”고 시인했다. 다만 여전히 건강 이상설에 관한 명쾌한 해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캐서린 왕세자빈과 남편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거주하는 켄싱턴궁은 11일 X를 통해 “가끔 사진 편집을 하면서 혼동이 온다”며 해당 사진을 보정했다고 밝혔다. 캐서린 왕세자빈은 하루 전 ‘어머니의 날’을 맞아 세 자녀 조지 왕자, 샬럿 공주, 루이 왕자에게 둘러싸여 활짝 웃는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해당 사진 속 샬럿 공주의 왼손 배열이 부자연스러운 데다 캐서린빈이 평소와 달리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지 않았고, 사진의 배경 또한 3월 초에 어울리지 않는 푸른 잔디와 나무들이 가득해 논란을 낳았다. 이에 AP통신,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 주요 매체도 “이 사진을 기사에 싣지 않겠다”고 밝혔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이슬람 금식 성월(聖月) ‘라마단’이 시작된 10일 동예루살렘 내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동 성지(聖地) ‘알아끄사’에서 이스라엘 경찰과 이슬람교도가 충돌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무슬림의 알아끄사 집결을 주문했고, 이날 이스라엘 경찰 또한 진압 과정에서 곤봉을 휘둘러 대규모 유혈 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이 중동전쟁의 확전 기폭제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슬람교도 수십 명이 라마단의 첫날 밤 기도를 위해 ‘이슬람의 3대 성지’ 중 한 곳인 이곳의 모스크(알아끄사 사원) 경내로 들어가던 중 이스라엘 경찰과 충돌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경찰들이 곤봉을 휘두르며 무슬림들을 진압하는 동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경찰 10여 명이 한 골목에서 곤봉을 휘두르자 무슬림들이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도망치거나 일부는 곤봉에 맞으면서도 경찰에 항의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스라엘 측은 “40세 이상 무슬림 여성의 예배만 허용했는데 해당 남성들이 통제 지침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약 14만 ㎡ 크기인 알아끄사에는 이 모스크 외에도 기독교 교회 등이 있다. 알아끄사가 있는 동예루살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전까지 요르단 영토였다. 전쟁 승리로 이곳을 차지한 이스라엘은 아랍권과 충돌할 때마다 이곳의 탄압을 강화해 논란을 불렀다. 특히 최고 극우 인사로 꼽히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지난해에만 세 차례나 알아끄사를 찾아 “우리가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행보가 같은 해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주요 원인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마스는 당시 기습 공격의 작전명을 ‘알아끄사의 홍수’라고 명명했다. 하마스는 9일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안팎의 모든 전선에서 이스라엘과 대결하겠다”며 무슬림의 알아끄사 집결을 촉구한 상태다. 즉, 라마단을 맞아 신앙심에 고조된 일부 강경파 무슬림이 이스라엘 군경과 재차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같은 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미국의 강한 반대에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지상전을 강행하겠다며 “그곳(라파)으로 가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9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에 숨어 있던 하마스 고위 간부 마르완 잇사가 숨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잇사는 지난해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군사 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의 최측근이다.알아끄사동예루살렘 성전(聖殿·temple)산을 일컫는 아랍식 용어.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가 모두 신성시해 종교 분쟁이 잦다. 특히 이곳의 모스크 ‘알아끄사 사원’은 이슬람의 3대 성지로 꼽힌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무기 거래 등으로 러시아가 한국에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이 간첩죄로 구금됐다고 관영 타스통신이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한국 국적자가 러시아에서 사법처리되면 북한과 밀착하며 한국과 대립 중인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타스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법원은 이날 간첩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블라디보스토크에 억류됐던 한국인 백모 씨에 대한 구속 기간을 3개월 연장했다. 이 법원은 “백 씨의 구속 기간을 오는 6월 15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백 씨는 올해 초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구금됐고 2월 말 모스크바로 이송돼 레포르토보 미결 구금센터에 수용됐다. 백 씨에 대한 법원 심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수사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백 씨는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형사사건 문건에는 ‘일급 기밀’이라고 표시돼 있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해 세부 내용을 알려지질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백 씨의 구금 소식도 뒤늦게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앞서 러시아에서 역시 간첩 혐의로 체포돼 1년 가까이 재판조차 없이 수감 중인 미국 국적 언론인 에반 게르시코비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또한 레포트토보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15~17일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의 사법 통제 또한 부쩍 강화되고 있어 백 씨의 사법처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러시아가 백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기소까지 한다면,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번 대선에서 5선을 노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압도적인 대선 승리를 통해 사실상 종신 집권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지난달 16일 그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까지 의문사해 러시아 당국의 통제가 엄격해졌다. 러시아는우크라이나 침공 후 한국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칭하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올 1월 복부 수술 후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않아 건강 이상설에 휩싸인 캐서린 영국 왕세자빈(42)이 10일(현지 시간) 약 2개월 만에 세 자녀와 함께한 근황 사진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하지만 해당 사진의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건강 이상설만 증폭되자 하루 만인 11일 “사진을 보정했다”고 시인했다. 다만 여전히 건강 이상설에 관한 명쾌한 해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캐서린 왕세자빈과 남편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거주하는 켄싱턴궁은 11일 X를 통해 “가끔 사진 편집을 하면서 혼동이 온다”며 해당 사진을 보정했다고 밝혔다.캐서린 왕세자빈은 하루 전 ‘어머니의 날’을 맞아 세 자녀 조지 왕자, 샬럿 공주, 루이 왕자에게 둘러싸여 활짝 웃는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해당 사진 속 샬럿 공주의 왼손 배열이 부자연스러운데다 캐서린빈이 평소와 달리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지 않았고, 사진의 배경 또한 3월 초에 어울리지 않는 푸른 잔디와 나무들이 가득해 논란을 낳았다. 이에 AP통신,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 주요 매체도 “이 사진을 기사에 싣지 않겠다”고 밝혔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반박하기 위해 야당 공화당이 내세운 ‘비밀 병기’ 케이티 브릿 상원의원(42·사진)이 실망스러운 반박 연설로 비판받고 있다. 그의 부자연스러운 말투와 표정, 사실관계 오류, 연설 장소로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자택의 부엌을 택한 점 등을 조롱하는 ‘밈(meme)’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에 입성한 브릿 의원은 법조인 출신으로 두 자녀를 둔 워킹맘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과 40세나 차이 나는 그가 젊고 활기찬 여성의 모습을 보여줘 잇따른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을 부각시킬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불법 이민자가 급증했다고 주장하면서 2002년 멕시코 갱단에 납치돼 4년간 성노예 생활을 한 여성의 사례를 들었다. 바이든 행정부와 아무 상관이 없는 피해자를 거론한 것이다. 금세라도 울 것 같은 표정, 떨리는 목소리로 연설을 하다가 갑자기 표정과 목소리를 강하게 바꾼 점도 부자연스러웠다는 평이 많다. 연설 장소에 대한 비판도 잇따른다.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찰리 커크 설립자조차 “마치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듯 보였다”며 부엌을 문제 삼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평소보다 더 활기찬 모습을 보인 것 또한 브릿 의원의 약점을 도드라지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국정연설의 생방송 시청자는 작년보다 18% 증가한 3220만 명이었다. 미 야당은 현직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반박하는 사람으로 신성 정치인을 종종 내세운다. 초선 상원의원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2008년 초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조목조목 반박해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여세를 몰아 같은 해 대선에서 백악관 주인으로 직행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저 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지?’ ‘우리와는 왜 다르지’ 국내외 뉴스 속 궁금증을 콕 짚어 새로운 시각에 적응시켜 드립니다.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규모 기습공격을 감행해 민간인과 군인 1140여 명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인질로 납치했습니다. 이에 이스라엘은 보복 공격을 시작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은 지금껏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이 전쟁은 홍해로도 번지며 중동 지역의 전면전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전쟁이 5개월째에 다다른 지금, 팔레스타인인 누적 사망자수는 벌써 3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음을 여러 차례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최근 가자지구에선 구호물자를 기다리던 팔레스타인 주민들 최소 112명이 숨지는 참사까지 벌어졌습니다.이스라엘 국민들은 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지난달 24일 텔아비브에선 시민 수천 명이 총리 퇴진과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한 발짝 떨어져서 사건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여론은 그렇다 쳐도, 하마스 기습공격의 피해자인 이스라엘인 중에서도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 후손이기도 한 이스라엘 사람과 직접 얘기를 나눠봤습니다.인터뷰 대상유발 만(Yuval Mann·34)-예루살렘 출신-폴란드와 독일 출신 홀로코스트 생존자 및 중동계 유대인의 후손-과거 요르단강 서안지구 및 골란고원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으로 의무복무-현재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작가로 활동 중Q.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까지 팔레스타인인 약 2만8000명이 사망했으며(2월 24일 기준 3만 명으로 증가), 사상자엔 많은 여성과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참을 수 없는 슬픔과 분노를 느낍니다. 제게도 팔레스타인 친구들이 있고, 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매일 목격하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공격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과 민간인들의 굶주림을 정당화할 순 없습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전쟁범죄를 저지른 뒤 이를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것도 봤습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후손으로서, 이스라엘이 이런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이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Q. 현재 휴전협상이 진행 중이긴 하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가자지구 땅에서 완전히 축출할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는데요.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민간인들에게 저지른 행위를 생각하면, 이스라엘인들의 심정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물론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은 끔찍했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팔 갈등의 역사가 그날에서야 비로소 시작된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지난해 10월 공격은 진공 상태에서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니며, 하마스나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결과물이라는 점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75년간 이 땅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인 수백만 명을 강제이주시키고, 점령하고, 포위하고, 굶주리게 하고, 폭격했습니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폭력적 저항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입니다.”“물론 그 누구도 하마스와 그 지도부가 옳다고 말할 순 없을 것입니다. 단지 제가 하고싶은 얘기는 이-팔 갈등의 시발점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력과 강제이주에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탓을 하마스에 돌리는 것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압을 정당화하고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핑계에 불과합니다. 실제 하마스부터가 팔레스타인인들의 단결을 막고자 한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아 탄생한 조직입니다. 이 갈등의 역사에 대한 군사적 해법은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점령이 끝나면, 하마스의 존재 이유는 자연스레 사라집니다.”(※이스라엘 언론 예루살렘포스트와 미 CNN 등은 네타냐후 총리가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가자지구 간 분열을 심화시키기 위해 카타르의 하마스 자금 지원을 지지해왔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의 권력 연장 욕망과 하마스의 극단주의 테러가 공생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Q. 그렇다면 이-팔간 갈등의 역사가 지속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 보시나요?“이-팔 문제의 핵심은 ‘종교나 민족적 갈등’이 아닌 ‘식민지배’입니다. 일반적인 성지를 떠올려보시면 아시겠지만, 한 성지는 보통 여러 종교나 민족, 문화에서 중첩되며 수천 년 동안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여러 종교인들이 비교적 평화롭게 공유해왔습니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시온주의(Zionism·유대인 민족주의 운동)가 ‘식민주의적 속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온주의’는 먼 옛날 팔레스타인 일대에 살다가 기원 전후 로마제국에 복속되면서 유럽 곳곳으로 흩어져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던 유대인들이 다시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돌아와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이념입니다. 1948년 시온주의를 주장하는 일부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 건국을 선포했고, 같은해 원주민이었던 팔레스타인인 및 주변 중동국가들과의 전쟁(제1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하면서 현대의 이스라엘이 세워졌습니다.)Q. 최근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일부 직원들이 하마스와 연계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부 국가들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는데요. 비슷하게 일부 이스라엘인 또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인도주의적 자금의 일부를 하마스가 전용(轉用)하기 때문에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가자지구 인구는 230만 명으로, 이들 중 대다수는 1948년 나크바(Nakba·대재앙) 기간 동안 이스라엘에 의해 고향을 빼앗겨 난민으로 전락한 사람들입니다. 한술 더 떠 이스라엘은 수년에 걸쳐 가자지구 봉쇄정책을 시행해 가자지구를 ‘야외 감옥’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현재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강과 하늘, 육지를 통해 누가, 무엇이 들어오고 나가는지 전부 결정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사람들은 이번 전쟁 이전에도 이미 인도주의적 지원에 목숨을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지원을 더 늘려야 합니다.”(※‘나크바’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던 원주민들이 1948년 건국을 선포한 이스라엘군에 의해 실향민이 돼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로 이주한 사건을 말합니다. ‘가자지구 봉쇄정책’은 2006년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해 가자지구를 장악하자 이스라엘이 해안가를 제외한 가자지구의 모든 경계에 높이 6m의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고 팔레스타인 주민 및 물자 이동을 제한하고 있는 것을 이릅니다.)Q. 전후 조치에 관해 여러 논의가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 등 서방에서는 1993년 이-팔 간 오슬로 협정 내용에 따라 현재 서안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하마스 대신 가자지구까지 전부 통치하는 ‘두 국가(이-팔) 해법’을 지지합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안보통제권을 모두 갖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떤 해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나요?“두 국가 해법은 과거 이스라엘에 의해 자신이 살던 땅과 집, 재산까지 모두 빼앗긴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인정하기 위해 제안됐습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겉으로는 이 해법에 열려있는 척 하면서, 뒤로는 팔레스타인 영토에 정착촌을 건설함으로써 그들의 터전을 계속 강탈해왔습니다. 그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수용할 생각이 없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에게 있어 두 국가 해법은 국제사회를 향해 “봐라,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팔레스타인은 폭력만을 원하지 않느냐”라고 주장하기 위한 기만적 도구에 불과합니다.때문에 저는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하나의 국가’가 더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믿습니다. 2개의 연방을 가진 하나의 국가도 괜찮으며 형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팔레스타인인들이 봉쇄와 점령에서 벗어나 자원과 토지에 대해 평등한 접근권을 가질 수 있는 국가가 세워져야 한다는 뜻입니다.”(※1993년 이-팔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오슬로 평화협정을 맺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를 어기고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 200여 곳을 세워 이스라엘인 66만 명을 이주시켰습니다. 많은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이 불법이라며 규탄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최근에도 정착촌 확대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그간 이스라엘을 두둔해왔던 미국마저도 “정착촌은 불법”이란 입장을 밝혔습니다.)Q. ‘네타냐후 정권’과 ‘전쟁 지속’에 대한 현재 이스라엘인 및 유대인들의 여론은 어떤가요?“전쟁 이전에 네타냐후 정권에 대해선 강한 반대 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제가 느끼기에 대다수의 이스라엘인들은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인들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하스바라’(Hasbara·선전술)에 의해 시온주의를 체화하기 때문에 그들 중 가장 진보적인 사람들조차도 팔레스타인인들을 인간 이하로 보고 있습니다.물론 이스라엘 내에서도 팔레스타인 점령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항상 있었습니다. 또 확실히 이스라엘 밖에는 이번 전쟁에 비판적이거나, 이-팔 공존을 위한 방안을 찾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이스라엘인 및 유대인 활동가들이 더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스라엘인들의 다수 여론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상황을 종식시킬 유일한 방법은 국제사회의 압력과 제재 뿐이라고 생각합니다.”Q.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스라엘이 유대인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전쟁이 전세계 유대인들의 안전에 미칠 끔찍한 영향에 대해서도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위협은 다름 아닌 시온주의와 이스라엘의 식민지 프로젝트입니다. 이스라엘이 75년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자행한 일들이 유대교나 유대인의 전통 문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에 걸친 로비와 선전으로 인해 불행히도 ‘유대인’과 ‘시온주의’는 어느새 동의어처럼 비춰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력적 정책에 전 세계인들이 갖는 반감은 결국 반유대주의의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디 한국에서는 이스라엘의 이권 만을 반영하는 이야기 대신 인권단체나 팔레스타인인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시길 부탁드립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이 자국 정책에 반발해 외국 이전 가능성을 시사한 뒤 총리까지 회사 수뇌부와 만났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기업인 ASML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필수 기술을 보유해 최근 각국이 반도체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네덜란드 RTL뉴스 등에 따르면 6일(현지 시간)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동한 뒤 “산업계와 정치계가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한 인식에서 ‘상당한 격차(considerable gap)’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네덜란드에서 회사가 성장할 수 없다면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여러 곳 찾아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베닝크 CEO는 “지금 당장 떠날 계획은 없다”며 “내각과 ASML이 대부분의 주제에 대해선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전 계획을 현실화하는 건 일단 배제했지만 향후 성장을 둘러싼 이슈의 해결에는 양측이 도달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네덜란드 매체 NL타임스에 따르면 정치권과 ASML 간의 팽팽한 신경전은 총리 회동 직전에도 드러났다. 같은 날 오전 ASML이 기술 스타트업 유치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했는데, 참석이 예정됐던 현직 의원 6명 중 5명이 당일 아침 갑자기 일정을 번복했다. NL타임스는 “산업계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유치하자는 압력이 커지자 정치권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베닝크 CEO는 이에 대해 “정치권이 혁신 기업 유치 및 성장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현지에선 ASML이 실제로 본사를 외국으로 옮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인싱어르힐리선 은행의 수석 애널리스트 요스 페르스테이흐는 RTL뉴스에 “ASML이 공장 전체를 외국으로 옮기거나, 외국에 새로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외국인 숙련 노동자 확보를 위해 정치권을 압박하는 카드”라고 평가했다. 현재도 신규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ASML이 직원 2만3000명을 외국으로 이주시키거나 새로운 직원을 찾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유럽 최대 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의 전 이사인 짐 테후푸링은 “단순히 반이민 이슈뿐만이 아니라 최근 네덜란드는 ASML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정책들들 펼쳐 왔다”며 “몇 년간 정부가 법인소득세를 인상하고, 중국 수출을 제한한 점 등을 풀지 않으면 외국으로 이전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전 결정이 나더라도 점진적으로 공장을 외국으로 이전해야 하므로 수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네덜란드 유력지 더텔레흐라프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 ASML을 붙잡기 위해 태스크포스(TF) ‘베토벤’팀을 꾸렸으며, 뤼터 총리가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을 만큼 이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 네덜란드 의회는 지난해 총선에서 반(反)이민 극우 정당이 승리한 뒤 외국인 숙련 노동자에게 부여하던 비과세 혜택을 점차 삭감하고 유학생 수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직원 40% 이상이 외국인인 ASML은 여러 차례 우려를 표시해 왔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기업인 ASML이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본사를 외국으로 옮기거나, 외국 투자를 더 늘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일명 ‘베토벤’ 태스크포스(TF)를 긴급히 꾸리고 종합 지원 방안 마련에 돌입하는 등 ASML 본사 이전을 막을 대책 마련에 나섰다. 6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유력 언론인 더텔레흐라프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 미키 아드리안선스 경제기후정책부 장관 등이 참여한 베토벤 TF를 가동해 상반기(1∼6월) 중 ASML 잔류를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네덜란드의 한 장관은 현지 언론 RTL뉴스에 “베토벤과 ASML은 아름다운 것을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TF명을 설명했다. 베토벤은 네덜란드계 독일인이기도 하다. 마르크 뤼터 총리는 직접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본사 이전 가능성 진화에 나서기로 했다. ASML의 시가 총액은 6일 종가 기준 약 3706억 유로(약 537조 원)로 노보노디스크, LVMH에 이은 유럽 시총 3위다. 인공지능(AI) 산업이 본격 개화하며 AI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ASML이 네덜란드를 떠나면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ASML이 외국 이전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이민 제한을 공약으로 내건 극우정당이 승리한 이후 고급 인력 유치가 어려워진 탓이다. 올 1월 베닝크 CEO는 “노동 이주 제한의 결과는 크다”며 “혁신을 위한 사람들을 데려올 수 없다면 우리는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ASML 네덜란드 직원 2만3000명 중 약 40%가 외국인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네덜란드와 함께 현재 세계 각국 정부는 각종 보조금, 규제 완화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에 유치하려 하고 있다. ‘칩스법’을 통해 해외 첨단 반도체 공장을 자국에 유치한 미국은 ‘칩스법 시즌2’를 예고했다. 일본은 최대 50%의 공장 건설 비용을 지원하며 반도체 강국 부활을 노리고 있다. 대만 TSMC는 정부의 세액공제 확대에 화답하며 올해 대만에 10개의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7일 발표했다. 반면 한국은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기업 기준 8%에서 15%로 확대한 조세특례제한법 외에 직접적인 지원책이 없다. 이마저도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ASML네덜란드 펠트호번에 본사를 둔 반도체 장비 기업.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미세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 기업이다.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乙)’로 불린다. 지난해 매출은 약 276억 유로(약 40조575억 원)다. “각국서 ASML 유치 레드카펫” 반도체 슈퍼을 모시기 경쟁 네덜란드 “ASML 수호” 베토벤 작전反이민에 인력난… 외국 이전 고려“환경 규제-높은 세금도 경영 발목” “전 세계에서 우리를 위한 레드카펫을 깔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乙)’ ASML의 페터르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는 1월 ASML 본사의 외국 이전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같이 밝혔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이 거세지며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ASML의 몸값이 오르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네덜란드에서는 셸, 유니레버 등 다국적 기업이 본사를 외국으로 이전했다. 이에 더해 ASML까지 본사 이전 및 외국 확장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히자 마르크 뤼터 총리가 ASML의 이전을 막기 위해 직접 나섰다. 최근 네덜란드 유력 언론인 더텔레흐라프는 “네덜란드 기업 환경이 자유낙하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무책임한 정부 △부족한 전력 공급 △인력 부족 △환경 규제 △과잉 규제 △엄격한 은행 △복잡한 세제 등 ‘일곱 가지 재앙’을 꼽았다. 실제로 ASML의 외국 이전설이 나온 배경에는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으로 인한 인력 확보의 어려움, 강력한 환경 규제, 높은 세금 등이 거론된다.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의회는 외국인 급여의 30%를 소득세에서 면세하는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0개월로 줄이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직원의 40%가 외국인인 ASML은 현행 수준을 유지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환경 규제도 부담이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작 다국적 에너지기업 셸(당시 로열더치셸)은 2021년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감축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셸은 이듬해 네덜란드 법원에 항소했다. 배당세 15%도 기업들을 옥죈다는 지적이 나온다. 셸은 2021년 사명을 바꾸고 본사를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는데 네덜란드 배당세를 피한 조치란 분석이 나왔다. 뤼터 총리는 배당세를 탓하면서 “셸과 유니레버가 모두 배당세 때문에 네덜란드를 떠났다”며 “이런 일(기업들의 이전)이 대규모로 발생하도록 놔둔다면 네덜란드는 더 축소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뤼터 총리까지 직접 나선 네덜란드 정부의 ‘베토벤 작전’은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을 개선해 ASML의 투자를 네덜란드에 집중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더텔레흐라프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외국인 소득세 면세 기간을 과거 수준인 5년으로 되돌리고, 자사주 매입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또 기업들의 ‘혁신 활동’으로 인한 이익에 대해 세금 공제를 확대하고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당초 미국으로 인도될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사진)의 인도국이 한국으로 뒤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권 씨의 인도국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동유럽 발칸반도 국가 몬테네그로의 법원은 지난달 그를 미국으로 인도하겠다고 결정했으나 5일(현지 시간) 이를 번복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달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내린 권 씨의 미국 인도 결정을 기각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항소법원은 성명을 통해 “피고인 측 변호인의 항소를 받아들인다. 사건을 1심 재판소에 다시 회부했다”고 밝혔다. 기각 이유는 자세하게 밝히지 않았으나 고등법원의 판결이 형사소송법 조항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2년 5월 해당 화폐가 급락하자 세계 각국의 투자자에게 최소 50조 원의 피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급락 한 달 전인 같은 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했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세르비아 등을 거쳐 몬테네그로로 도피했다. 지난해 3월 위조 여권으로 출국하려다 현지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의 체포 직후부터 한국과 미국은 권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였다. 권 씨 측은 형량이 적은 한국으로 송환되길 원했지만 지난달 몬테네그로 고등법원은 미국행을 명령했다. 그가 경제 사범에게도 100년 이상의 징역형을 구형하는 미국으로 인도됐다면 최소 20만 명에 해당하는 국내 투자자의 구제는 사실상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국내 투자자 또한 구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당시 붙잡은 민간인 인질을 상대로 각종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유엔 보고서가 4일 발표됐다. 하마스는 그간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줄곧 부인했지만 성폭력 정황을 입증하는 유엔 차원의 보고서가 공개됨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하마스 피해자들에게 법적 조언을 제공하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스라엘 인권 변호사 아옐레트 라진 베트 오르 씨(45·사진)는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과 무관하게 모든 여성은 성폭력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단지 이스라엘 여성 피해자만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팔레스타인 여성을 포함한 모든 여성은 성폭력이라는 끔찍한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공조를 촉구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지난해까지 이스라엘 여성지위향상위원회 위원장(차관급)을 지냈다. 이후 현지 시민단체에서 하마스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유엔 “하마스, 지금도 성폭력 자행” 프러밀라 패튼 유엔 분쟁성폭력 특사가 이끄는 유엔 특사팀은 4일 하마스의 성폭력 실태에 관한 24쪽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하마스가 성폭행, 성고문 등을 자행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풍부하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인질을 대거 붙잡은 가자지구 인근 노바 음악축제 현장, 레임 키부츠, 232번 도로 등에서 발견된 대부분의 여성 시신이 옷이 벗겨진 상태였다고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특사팀이 올 1월 29일∼2월 14일 이스라엘 현지를 방문해 직접 작성했다. 특사팀은 50시간 분량의 현장 영상과 5000장 이상의 이미지를 분석했으며 당시 구조대원, 현장 목격자 등과도 만났다. 패튼 특사는 “당시 생존자와 풀려난 인질들이 전문적인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는 데다 사람들 앞에 나올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성폭력 피해자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성폭력의 전반적인 규모와 범위, 구체적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공개했다. 특사팀은 하마스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측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 실태도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이스라엘군 역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구금돼 있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나체로 신문하거나 생식기를 구타하는 등 성폭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해 이스라엘 정부에 문제 제기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각국 여성계, 하마스 피해자 무관심” 오르 변호사는 이날 전 세계 주요 여성단체가 하마스의 성폭력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전쟁을 이유로 성폭력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그간 여성계가 이뤄놓은 성폭력 방지에 관한 각종 성과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여성 인권은 각국의 외교 및 군사 갈등과 별개 사안이라고 밝혔다. 오르 변호사는 이스라엘 측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라면 이스라엘군 역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이번 전쟁이 비록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발발했지만 이스라엘의 지속된 보복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민간인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어선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얻기 위해 몰려든 가자 주민에게 발포해 최소 118명이 숨지자 국제 사회의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고조됐다. 반면 이스라엘은 사망자 대다수가 압사했다며 조준 사격을 부인하고 있다. 오르 변호사는 “아직도 100명이 넘는 이스라엘 민간인이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 있다”며 “하마스가 이들을 상대로 여전히 성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국도 도와 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오르 변호사 역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 급증에 가슴 아프다며 가자 주민들이 겪는 고통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당시 붙잡은 민간인 인질을 상대로 각종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유엔 보고서가 4일 발표됐다. 하마스는 그간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줄곧 부인했지만 성폭력 정황을 입증하는 유엔 차원의 보고서가 공개됨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일고 있다.하마스 피해자들에게 법적 자문을 제공하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스라엘 인권 변호사 아옐렛 라진 베트 오르(45) 씨는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과 무관하게 모든 여성은 성폭력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단지 이스라엘 여성 피해자만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며 “팔레스타인 여성을 포함한 모든 여성은 성폭력이라는 끔찍한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이의 방지를 위한 국제 사회의 공조를 촉구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지난해까지 이스라엘 여성지위향상위원회 위원장(차관급)을 지냈다. 이후 현지 시민단체에서 하마스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유엔 “하마스, 지금도 성폭력 자행”프러밀라 패튼 유엔 분쟁성폭력 특사가 이끄는 유엔 특사팀은 4일 하마스의 성폭력 실태에 관한 24쪽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하마스가 강간, 성고문 등을 자행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풍부하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인질을 대거 붙잡은 가자지구 인근 노바 음악축제 현장, 레임 키부츠, 232번 도로 등에서 발견된 대부분의 여성 시신이 옷이 벗겨진 상태였다고 공개했다.이번 보고서는 특사팀이 올 1월 29일~ 2월 14일 이스라엘 현지를 방문해 직접 작성했다. 특사팀은 50시간 분량의 현장 영상과 5000장 이상의 이미지를 분석했으며 당시 구조대원, 현장 목격자 등과도 만났다. 패튼 특사는 “당시 생존자와 풀려난 인질들이 전문적인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는 데다 사람들 앞에 나올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성폭력 피해자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성폭력의 전반적인 규모와 범위, 구체적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공개했다.특사팀은 하마스뿐 아니라 이스라엘 측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 실태 또한 공개했다. 특히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는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여성을 상대로 이스라엘군이 광범위한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 “각국 여성계, 하마스 피해자 무관심”오르 변호사는 이날 전 세계 주요 여성단체가 하마스의 성폭력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전쟁을 이유로 성폭력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그간 여성계가 이뤄놓은 성폭력 방지에 관한 각종 성과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여성 인권은 각국의 외교 및 군사 갈등과 별개 사안이라고 밝혔다. 오르 변호사는 이스라엘 측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라면 이스라엘군 역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이는 이번 전쟁이 비록 하마스의 선제 공격으로 발발했지만 이스라엘의 지속된 보복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민간인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어선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얻기 위해 몰려든 가자 주민에게 발포해 최소 118명이 숨지자 국제 사회의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고조됐다.오르 변호사는 “아직도 100명이 넘는 이스라엘 민간인이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 있다”며 “하마스가 이들을 상대로 여전히 성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국도 도와 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오르 변호사 역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 급증에 가슴 아프다며 가자 주민들이 겪는 고통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민간인들에게 총을 쏜 건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다.”(프랑스 외교부) 지난해 10월 발발한 뒤 최근 일시 휴전 가능성이 열렸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기다리던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최소 112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지자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물론이고 서방 국가들도 즉각 비난에 동참했으며, 유엔은 규탄과 동시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을 계기로 휴전 협상을 중재해온 미국도 “빨간불이 켜졌다”며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11월 대선을 앞두고 소수인종의 지지가 절실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행보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해명 납득 안 가” 휴전 협상 중단되나 AP통신 등은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이날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해변에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주민 수천 명이 몰려들었는데, 이스라엘군이 혼란 상황을 위협으로 받아들여 발포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 총격으로 최소 112명이 숨지고 700여 명이 다쳤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즉시 “이스라엘 점령군이 저지른 추악한 학살을 규탄한다”며 분개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노력 중이나, 무고한 주민들이 숨진 건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끔찍하다.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규탄한다”고 게재했으며,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도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성토했다.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총에 맞아 숨진 주민은 10여 명뿐이고, 주민들이 몰리며 압사와 교통사고로 사상자가 늘어났다”는 입장을 밝혀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사고 초기 “총격 정황이 없다”고 했던 이스라엘군은 이후 여러 증거가 제시되자 “군인과 탱크를 향해 덤벼들어 불가피하게 발포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번 참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휴전 협상도 미궁에 빠졌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 등은 “책임 소재를 떠나 휴전 및 인질 교환 협상에 악재”라고 보도했다. 라마단 전후로 약 40일간의 휴전 등의 내용을 담은 협상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타결이 임박한 상태였다. 하지만 참사 뒤 바이든 대통령은 “예상했던 4일까지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미 협상이 물 건너갔다는 입장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협상 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이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신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카타르에서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엔 엄청난 의견 차가 있다”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 소집, 美 반대로 성명 불발유엔은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비난 성명은 채택되지 못했다. AP통신은 “회의에서 알제리가 제출한 이스라엘 규탄 성명이 논의됐으나, 15개 이사국 중 미국이 홀로 반대해 성명을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회의 직후 “아직 모든 진실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참사 뒤 바이든 대통령도 “상반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선 진보층과 청년층, 아랍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비판하는 여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태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민주당 경선에서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에 표를 던지는 운동이 더 크게 번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시간주(州) 민주당 경선에서 이스라엘 지원에 반발한 유권자 13.3%가 지지 후보 없음에 표를 던졌다. ‘슈퍼 화요일’(5일)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미 의회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로 카나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의회 청문회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민간인 사망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미국의 요청을 무시하는 국가는 뒤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그 랜즈먼 민주당 하원의원 또한 “외교 지도자들이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을 끊임없이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굿즈(기념품·Goods) 구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고백하는 방법이다.” 미국 시계 판매 기업 ‘럭셔리 바자’의 로만 샤프 최고경영자(CEO·49)는 최근 경매로 황금색 ‘네버 서렌더(Never Surrender·절대 항복하지 않는) 하이톱’ 스니커즈를 9000달러(약 1170만 원)에 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신발 박람회 ‘스니커즈콘’에서 선보인 굿즈다. 샤프 씨가 구입한 신발의 판매가는 399달러(약 53만 원). 당시 트럼프 캠프 측은 이 신발 1000켤레를 선보였다. 이 중 10켤레에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담겼다. 샤프 씨가 산 신발은 이 10켤레 중 한 켤레로 오른쪽 운동화에 사인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인 값이 1000만 원을 넘는 셈이다. 스스로를 ‘트럼프 지지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샤프 씨는 같은 달 24일 뉴욕타임스(NYT)에 “그 돈이 아깝지 않다”며 기뻐했다. 11월 미 대선이 약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맞대결할 가능성이 높아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캐릭터와 각종 일화를 속속 상품화하면서 일종의 ‘굿즈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지난해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이에 관한 각종 상품을 굿즈로 출시하며 남다른 사업가 기질을 선보이고 있다. 개별 굿즈 상품의 가격은 10∼50달러 수준으로 비싸지 않다. 그러나 미 전역의 지지자가 사들인 합계 판매 수익은 수백만 달러, 수천만 달러에 육박해 확실한 대선 자금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굿즈를 착용하고 거리 곳곳을 활보하는 구매자 한 명 한 명은 ‘걸어다니는 광고판’ 겸 ‘비공식적 선거 유세원’이 된다. 대선 때마다 주요 주자들이 굿즈 판매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동시에 ‘쩐의 전쟁’ 성격이 강한 미 대선의 상업화를 더 부추긴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 턱받이, 병따개, 골프공… “모든 것을 판다” 미 대선의 ‘굿즈 전쟁’은 2008년부터 본격화했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당시 민주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티셔츠에 각각 자신을 상징하는 슬로건을 적어 판매했다. 당시 클린턴 전 장관은 티셔츠에 “여자가 있을 곳은 하우스”라고 새겼다. ‘백악관’과 ‘집’이 모두 영어로 ‘하우스’로 불린다는 점을 노려 여성들을 폄하하는 표현을 자신의 권력의지를 드러내는 구호로 역이용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과 ‘록앤드롤’을 합친 ‘버락 앤드 롤’이 적힌 티셔츠를 팔았다. 오바마 캠프는 이 외에도 ‘오자마’라 불리는 파자마, 셔츠, 신발 등까지 제작해 3000만 달러를 벌었다. 2012년 대선 때도 굿즈로 4000만 달러를 모았다. 당시 오바마 캠프에 모인 소액 후원금의 8%에 달했다. 2016년 대선부터는 굿즈의 다양화가 두드러졌다. 특히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의류, 잡화 등 각종 제품에 이용했다. 당시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 전 장관은 자신의 벌어진 입 부분을 병따개로 만든 ‘힐러리 병따개’를 선보였다. 민주당 경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경쟁했던 진보 성향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또한 ‘버니를 느껴 봐(Feel the Bern)’를 새긴 아기 턱받이를 출시했다. 샌더스 캠프와 트럼프 캠프 모두 굿즈 판매를 적극 활용했지만 그 목적은 완전히 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평소에도 소수 억만장자와 몇몇 대기업이 자본을 통해 선거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보여 왔다. 그래서 그는 거액 기부를 받는 대신 굿즈를 일종의 ‘풀뿌리 모금’ 방법으로 활용했다. 2016년 샌더스 의원의 후원금 중 6.3%인 1280만 달러가 굿즈 판매 수입이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선거 캠프와 별도로 가족 회사 트럼프그룹에도 굿즈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이곳에서는 100달러가 넘는 폴로 셔츠, 고급 목욕가운 등 일반 굿즈보다 비싼 품목을 주로 팔았다. 반대파들은 “선거를 통해 백화점보다 더 높은 이윤을 남기려 한다”고 비판했지만 지지자들은 “선거 굿즈의 수준도 올려놨다”고 맞섰다. 올해 대선에서도 눈에 띄는 굿즈들이 속속 등장했다. 공화당 경선에 참여한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 일(대통령직)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여성’이라는 문구가 적힌 골프공, 화장품용 파우치 등을 20달러 안팎에 팔고 있다. ● 트럼프, 사법 위험도 돈벌이 이용 4건의 형사 기소는 물론이고 성추행과 명예훼손 등 별도의 민사 재판으로 인해 법률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당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캠프 자체 추산으로도 최소 약 5억 달러(약 6500억 원)가 필요하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른다. 트럼프 측은 이런 상황을 굿즈 판매 등으로 타개하려 한다는 점을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실제 샤프 씨가 산 스니커즈의 출시일 또한 재판과 많은 관련이 있다. 출시일 하루 전날인 지난달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가족 회사 트럼프그룹을 운영하면서 대출을 받기 위해 보유 자산을 부풀렸다는 의혹으로 3억5500만 달러(약 4700억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트럼프 스니커즈’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올 8월 출시 예정인 두 종류의 운동화 ‘티-레드웨이브(T-red wave)’와 ‘포터스 45(Potus 45)’의 예약 주문도 받고 있다. 가격은 199달러로 두 신발은 같은 디자인에 각각 빨간색과 흰색으로 색만 다르다. 첫 번째 신발 명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 앞글자 ‘T’와 소속 공화당 상징색인 ‘red’(빨간색)를 결합했다. 두 번째 신발은 미 대통령(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의 머리글자 ‘포터스(POTUS)’와 그가 45대 미 대통령이었음을 나타내는 숫자 ‘45’를 사용했다. 이 웹사이트는 두 운동화를 두고 “용기와 신념으로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는 미국인을 위한 대담한 선언”이라는 거창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굿즈 판매 웹사이트에서도 각종 의류, 양초, 탁구채, 선박 깃발, 쿠키 등을 팔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형사 기소가 됐을 뿐 아니라 지난해 8월 역시 최초로 ‘머그샷’(피의자 식별용 사진)까지 찍었다. 그는 이 머그샷조차 지지층을 결집하고 돈까지 버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2020년 대선 당시 자신이 패한 조지아주의 국무장관에게 전화로 “선거 결과를 뒤집을 방안을 찾아내라”고 압박한 혐의로 지난해 8월 3번째 형사 기소를 당했다. 직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풀턴카운티 구치소에 20분간 수감되면서 ‘머그샷’을 찍었고 이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풀려나자마자 이 머그샷을 포스터로 만들고, 머그컵과 티셔츠 등에 담아 판매했다. 포스터는 19.99달러, 머그컵은 25달러, 티셔츠는 29.99달러였지만 해당 굿즈가 출시된 지 이틀 만에 무려 710만 달러(약 94억 원)를 모았다.● 바이든, 비방 구호를 굿즈로 승화 바이든 대통령의 굿즈 판매 웹사이트에서는 대통령의 이른바 ‘부캐’(부캐릭터·또 다른 자아)인 슈퍼 히어로 ‘다크 브랜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크 브랜던 의류와 잡화, 대통령과 부통령의 얼굴이 같이 담긴 각종 스티커와 배지는 물론이고 커피, 휴대전화 케이스, 컵 등도 팔고 있다. 다크 브랜던은 당초 공화당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비방할 때 쓰는 구호 “레츠 고 브랜던(Let’s Go Brandon)”을 비틀어 생긴 캐릭터다. 2022년 초 온라인에서 바이든의 눈에서 적색 레이저 빔을 내쏘는 사진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탄생했다. 젊은층들이 다크 브랜던 밈에 환호하자 바이든 대통령 재선 캠프는 머그컵과 티셔츠에 다크 브랜던을 그려 판매하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한 비방을 굿즈로 승화시킨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종종 소셜미디어에 다크 브랜던 머그컵에 커피를 담아 마시는 영상을 올린다.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굿즈 판매액 중 54%가 다크 브랜던 관련 상품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현직 대통령인 만큼 백악관 기념품점에서도 그에 관한 다양한 굿즈를 찾아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본떠 만든 머리가 흔들리는 작은 인형, 레이밴 선글라스를 쓴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티셔츠 등이 각각 39.99달러, 21.99달러에 팔리고 있다. 바이든 캠프 측은 2020년 대선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시대상을 반영하듯 8달러짜리 손소독제도 판매했다. 당시 상대방 후보를 조롱하는 굿즈도 선보였다.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가 민주당 바이든 후보 측 해리스 부통령 후보와 논쟁할 때 펜스 부통령의 흰머리에 파리 한 마리가 앉아 시청자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이 일이 큰 화제를 모으자 바이든 캠프 측은 즉각 ‘파리보다 진실’이란 이름의 10달러짜리 파리채를 제작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주황색 파리채를 든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나의 대선 캠페인이 계속 날 수 있도록 5달러를 기부해 달라”는 글도 올렸다. ‘파리’와 ‘날다’의 영어가 모두 ‘플라이(fly)’라는 점을 노린 언어유희였다.● 굿즈 판매로 선거 결과도 예측? 굿즈 판매량을 통해 선거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굿즈 판매가 활발한 아이돌 그룹 내에서도 포토카드가 많이 팔리는 멤버의 인기 순위가 높은 것처럼 주요 대선 후보에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 온라인 소매업체 ‘카페 프레스’ 집계에 따르면 2008년 대선 당시 주자별 굿즈 주문 제작 비율에서 민주당 경선에서 경쟁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을 능가했다. 경선 초반만 해도 무명의 초선 상원의원이었던 오바마보다 전직 대통령 부인인 클린턴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지만 굿즈는 오바마의 승리를 예견했던 셈이다.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의 판매량이 클린턴 전 장관의 티셔츠보다 많았다. 다만 굿즈가 기존 지지층의 결집력을 강화할 뿐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에게는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명 선거 전략가 J 마크 파월은 AP통신에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그려진 컵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선물을 준다고 해서 해당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굿즈는 이미 지지하는 후보가 있는 유권자의 표심을 강화할 때 효과적이라는 얘기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민간인들에게 총을 쏜 건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다.”(프랑스 외교부)지난해 10월 발발한 뒤 최근 일시 휴전 가능성이 열렸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기다리던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최소 112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지자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팔레스타인 정부는 물론이고 서방 국가들도 즉각 비난에 동참했으며, 유엔은 규탄과 동시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을 계기로 휴전 협상을 중재해온 미국도 “빨간불이 켜졌다”며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11월 대선을 앞두고 소수인종의 지지가 절실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행보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스라엘 해명 납득 안가” 휴전협상 중단되나 로이터통신 등은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이날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해변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주민 수천 명이 몰려들었는데, 이스라엘군이 혼란 상황을 위협으로 받아들여 발포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이 총격으로 최소 112명이 숨지고 700여 명이 다쳤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즉시 “이스라엘 점령군이 저지른 추악한 학살을 규탄한다”며 분개했다.국제사회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노력 중이나, 무고한 주민들이 숨진 건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끔찍하다.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규탄한다”고 게재했으며,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도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성토했다.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총에 맞아 숨진 주민은 10여 명뿐이고, 주민들이 몰리며 압사와 교통사고로 사상자가 늘어났다”는 입장을 밝혀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사고 초기 “총격 정황이 없다”고 했던 이스라엘군은 이후 여러 증거가 제시되자 “군인과 탱크를 향해 덤벼들어 불가피하게 발포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이번 참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휴전 협상도 미궁에 빠졌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 등은 “책임 소재를 떠나 휴전 및 인질 교환 협상에 악재”라고 보도했다. 라마단 전후로 약 40일간의 휴전 등의 내용을 담은 협상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타결이 임박한 상태였다. 하지만 참사 뒤 바이든 대통령은 “예상했던 4일까지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하마스는 이미 협상이 물 건너갔다는 입장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협상 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이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신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카타르에서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엔 엄청난 의견 차가 있다”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 소집, 美 반대로 성명 불발유엔은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비난 성명은 채택되지 못했다. AP통신은 “회의에서 알제리가 제출한 이스라엘 규탄 성명이 논의됐으나, 15개 이사국 중 미국이 홀로 반대해 성명을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회의 직후 “아직 모든 진실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참사 뒤 바이든 대통령도 “상반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이번 참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선 진보층과 청년층, 아랍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비판하는 여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태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민주당 경선에서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에 표를 던지는 운동이 더 크게 번질 수 있다”고 전했다.실제로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시간주(州) 민주당 경선에서 이스라엘 지원에 반발한 유권자 13.3%가 지지 후보 없음에 표를 던졌다. ‘슈퍼 화요일’(5일)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미 의회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로 카나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의회 청문회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민간인 사망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미국의 요청을 무시하는 국가는 뒤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그 랜즈먼 민주당 하원의원 또한 “외교 지도자들이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을 끊임없이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