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 “호주에 최대 5척 핵잠 인도”…中 “NPT 위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4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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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1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3국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의 첫 대면 회의를 개최하고 호주에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5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예상보다 (잠수함 공급이) 10년 빨라진 것은 ‘게임체인저’”라며 잠수함 공급의 목표가 호주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음을 분명히 했다. 3국은 2021년 9월 중국 견제를 위해 오커스를 창설했다. 중국은 이번 합의가 핵 비보유국의 신규 핵무기 보유 금지, 핵보유국의 비핵보유국에 대한 핵무기 인도 등을 금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세 정상은 이날 호주에 공급하기로 한 미국의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앞에서 회견을 갖고 “2030년대 초 호주에 3척의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인도하고 필요하면 2척을 더 공급하겠다”고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유지한다는 약속은 영국, 호주와만 공유하는 목표가 아니다. 이 합의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일본, 필리핀,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주요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할 뜻을 시사한 셈이다. 14일 일본 외무성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앨버니지 총리와 전화 회담에서 호주의 핵잠수함 도입 계획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버지니아급 핵 잠수함은 원자로가 동력이며 한 번 잠수하면 6개월간 작전을 펼 수 있다.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을 40기 탑재할 수 있고 미 해군 특전단 ‘네이비실’ 등의 침투 작전도 가능하다. 세 정상은 호주가 미국의 핵 잠수함을 인도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2027년부터 버지니아급 잠수함 4척, 영국의 애스터급 잠수함 1척을 호주에 순환 배치하기로 했다.

1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주유엔 중국 대표부는 3국 정상의 발표 직후 트위터에 “심각한 핵 확산 위험”이라며 “군비 경쟁을 부채질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이 사안을 유엔에 회부할 뜻도 시사했다.

중국의 반발에도 3국의 중국 견제 움직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13일 영국 더타임스 등은 앨버니지 총리가 샌디에이고로 오면서 통상 중국 영공을 경유하는 상업 비행로를 크게 벗어난 우회 경로를 택해 미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는 오커스 회담의 민감성을 감안해 안전한 경로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영국 총리실 또한 향후 2년간 국방 예산을 50억 파운드(약 7조9000억 원) 늘리는 신 외교안보 전략을 발표했다. 수낵 총리는 “중국은 우리 시대의 시스템적 도전”이라며 인도태평양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보다 훨씬 큰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우려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4일 “영국의 거듭된 도발과 중국 위협론에 대한 과장은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발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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