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美대사 중국 비판 쏟아내자…中 “미국판 늑대 전사”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8일 15시 10분


코멘트
니콜라스 번스 중국 주재 미국대사. 미 국무부 홈피 갈무리
니콜라스 번스 중국 주재 미국대사. 미 국무부 홈피 갈무리
니콜라스 번스 중국 주재 미국대사가 주재국인 중국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번스 대사가 미국판 늑대 전사”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28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번스 대사가 15일 열린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암참차이나) 연례 만찬 행사에 참석해 중국의 무역 문제부터 시작해 사이버보안 및 규제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리 문제, 인권 문제 등 미중 관계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을 비판했다”면서 “행사에 참석한 중국 측 주요 인사들이 모욕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행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중 인사들이 친목 도모 자리에서 피하고 싶었던 거의 모든 주제가 다 나왔다”면서 “번스가 연설하는 동안 분위기는 극도로 가라앉았다”고 전했다. 번스 대사는 27일에도 암참차이나가 개최한 한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국 우한 기원설과 관련해 중국이 더 솔직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대사들은 원활한 양국 관계를 위해 주재국에 대한 비판을 삼간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번스 대사가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하게 나선 것은 미국 중앙정부와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경고하고 있다. 또 동시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다고 자체적으로 결론 내리면서 중국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미중 사이에는 이미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면서 “번스 대사는 두 나라의 연결고리가 되는 방법을 더 고민해야지 ‘늑대 전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번스 대사가 그의 이름(Bruns)처럼 미중 관계에 불이 타오르게 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