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사찰단, 이란서 농도 84% 고농축우라늄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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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제조 직전 수준 HEU
핵 개발땐 ‘중동 핵위기’ 우려

이란 모처에 구축된 지하 공군기지 ‘이글 44’를 방문한 이란 군 고위 관계자들. AP 뉴시스
이란 모처에 구축된 지하 공군기지 ‘이글 44’를 방문한 이란 군 고위 관계자들. AP 뉴시스
이란이 핵무기 제조 직전 수준의 고농축우라늄(HEU)을 보유한 사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 복원이 실패한 가운데 이란이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중동 핵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IAEA 사찰단이 최근 이란에서 농도 84%의 농축우라늄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이 의도적으로 고농도 우라늄을 생산했는지 아니면 의도하지 않은 축적이었는지를 사찰단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통상 85% 이상의 고농축우라늄은 핵무기급으로 분류되며 실제 핵무기 제조에는 농도 90% 이상의 우라늄이 사용된다.

IAEA는 이 같은 사찰 결과를 분석 중이며 다음 달 6일 이사회에서 이란 핵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IAEA는 트위터에 “최근 검증 결과에 대해 이란과 논의하고 있으며 이를 이사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달 유럽의회 연설에서 “이란은 농도 60% 이상 농축우라늄 70kg, 20% 농축우라늄 1000kg을 보유하고 있다”며 “여러 개의 핵폭탄을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란은 이날 ‘순도 84%의 고농축우라늄이 이란에서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를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기구 대변인은 이란 국영 IRNA통신에 “우리는 지금까지 60% 이상의 (우라늄) 농축을 시도한 적이 없다”며 “농도 60% 이상 우라늄 입자가 존재한다고 해서 60% 이상 농축된 우라늄을 생산 중인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란과 미국 등 서방은 2015년 체결한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계획)에 따라 이란이 농축할 수 있는 우라늄 농도를 3.67%로 제한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합의를 폐기하고 제재 조치를 복원하자 이란은 우라늄 농도를 높이며 핵 개발을 가속화해 왔다. 취임 직후 이란 핵 합의 복원을 추진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유세 과정에서 이란 핵 합의에 대해 “그것은 죽었다(it is dead)”고 말했다.

이란이 사실상 핵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포착되면서 중동 지역 긴장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이스라엘) 새 정부의 방침은 이란이 핵무기를 얻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8일 이란 핵기술연구센터 등이 위치한 이스파한에 드론 폭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iaea 사찰단#이란#고농축우라늄 발견#중동 핵위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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