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가정의달 풍경…안마기·신발 등 거래 글 다수
꽃보다 금, ‘현금성’ 선물도…“새 제품보단 소비 가치 중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 갈무리
“요즘은 물가가 너무 오르다보니까 카네이션을 비싼 돈 주고 사 가도 부모님이 되레 ‘돈 아깝게 뭐 이런 걸 사 왔냐?’ 하세요.”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김 모 씨(24·남)는 올해 어버이날 선물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미리 구매했다. 김 씨는 플라스틱 꽃을 곰돌이 모양으로 붙여 만든 ‘로즈베어’를 단돈 1만 3000원에 구매했다. 김 씨는 “시중에선 3만~5만원 정도 하는데 ‘손품’ 팔아서 잘 산 것 같다”며 웃었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고물가 시대가 계속되면서 시민들의 가정의달 선물도 달라지고 있다. 어버이날·어린이날 선물을 중고로 구매하고, 꽃보다는 금과 같이 실속형 선물을 택하는 분위기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가정의 달’, ‘어버이날’, ‘어린이날’이란 키워드를 붙여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어버이날 선물로는 시들지 않는 조화 꽃, 홍삼, 화장품 세트, 용돈 박스 등이 중고 거래로 많이 올라와 있다. 특히 꽃 같은 경우엔 ‘시들지 않는 꽃’이라며 비누꽃이나 조화가 1만~2만원대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사용감이 거의 없다”거나 “샀던 가격보다 많이 낮춰서 판매한다”는 등의 문구를 붙이기도 했다.
어린이날 선물로는 장난감, 신발, 책 등이 중고거래 물품으로 거래된다. 특히 장난감을 정가에서 30%가량 싸게 내놓은 중고거래가 많다. 요즘 인기 장난감들이 1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인데, 아이들은 빠르게 싫증을 내는 만큼 새 제품으로 사기 부담스럽다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진 모 씨(41·여)는 “작년 어린이날에 9만원 정도 하는 ‘캐치 티니핑’ 장난감을 딸에게 선물했는데 2주일만에 질려하더라”며 “올해도 또 다른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는데 그건 10만원 정도 해서 당근을 매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X(구 트위터) 갈무리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이 모 씨(29·여)도 어버이날을 앞두고 ‘미개봉 마사지건’, ‘안마기’ 등을 당근에서 키워드 알림 설정했다. 이 씨는 “가정의달에만 용돈 드리는 것도 아닌데 기념일 하루 기분 좋자고 무조건 비싼 선물을 하기엔 사회초년생으로서 너무 부담된다”고 말했다.
꽃처럼 상징적인 선물보단 금과 같이 현금성 선물을 찾는 이들도 많다. 특히 최근엔 0.1~0.3g의 금으로 작은 골드바나 주화를 만들어 선물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이 선물은 5만원에서 9만원 사이로 구매할 수 있다.
한 X(구 트위터) 사용자는 미니 골드바와 주화를 어버이날 선물로 추천하는 글을 게시하며 “가치로 따지면 콩알금이나 팔찌, 목걸이가 더 높게 칠지도 모르지만 엄마 아빠가 귀엽게 봐주셨다”고 적었다. 해당 글은 1000여개의 리트윗, 4000여개의 북마크(저장)를 기록했다.
전문가는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실용성을 중시한 소비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적인 여력이 나아지지 않다 보니 중고거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젊은 세대의 경우 새 제품을 중시하기보단 물건의 사용성, 소비 가치에 관심이 더 많기 때문에 중고거래에 대한 수용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고물가 시대다 보니 중고 사이트에서 저렴하게 괜찮은 물건을 구매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비싸게 선물을 사는 것보단 손품을 판다거나 좀 더 노력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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