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심판론에 하원 열세 美민주, ‘反트럼프’ 결집에 상원 선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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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美공화당, 하원 우세… 상원은 초박빙
중간선거서 4년만에 다수당 전망
상원은 조지아-네바다 등 막판 접전

미국 중간선거일인 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프레데릭스버그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중간선거일인 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프레데릭스버그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AP/뉴시스
8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4년 만에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하지만 상원선거에선 민주당이 주요 격전지에서 승리하며 막판까지 초박빙 승부를 벌였다. 초유의 인플레이션으로 거세진 ‘경제 심판론’에 민주당이 하원 권력을 공화당에 내줄 가능성이 커졌지만 ‘트럼피즘’(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정치이념)이 증오와 분열을 조장한다는 반감이 상·하원 압승을 가리키는 ‘레드 웨이브’(공화당 돌풍)에 제동을 건 결과로 풀이된다.

NBC 방송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한국시간 9일 오후 11시 현재 공화당이 하원에서 절반(218석)을 넘긴 220석 안팎을 확보해 우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에선 하원 전체인 435석과 상원 100석 중 35석, 50개 주 가운데 주지사 36명이 선출된다. NBC 방송에 따르면 상원에선 민주당이 48석, 공화당이 48석을 확보한 가운데 조지아주와 네바다주, 애리조나주 등에선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이고 있다. NYT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현재처럼 상원을 각각 50석씩 양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투표 영향 요인, 민주 지지자 “낙태”
공화 지지자 “인플레”… 분열 심화
출구조사 39% “불만” 34% “화난다”
차기 대선, 정치 양극화 가중될 듯



미국 중간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은 4년 만에 공화당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내줄 것이 유력하지만 상원에서는 양당이 막판까지 팽팽한 초접전 승부를 펼쳤다.

미국 현직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지지율이 높던 대통령도 번번이 패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0년에 하원 63석, 상원 6석을 잃었고,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원 2석을 얻었지만 하원에서 40석을 잃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 4∼5석을 잃는 수준으로 공화당에 다수당을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이 예측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내세운 경제심판론이 표심에 영향을 주긴 했지만 상원까지 압도할 정도로 ‘레드웨이브’(공화당 바람)를 일으키지는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4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유권자들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 민주주의 위협에 대한 위기감, 낙태권 폐지에 대한 우려로 공화당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2020년 대선에서 결집했던 반(反)트럼프 유권자들이 결집하며 레드웨이브를 막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고물가”와 “낙태권”으로 갈린 민심

CNN, NBC 방송 등 외신들은 이날 개표를 앞두고 “민주당이 인플레이션 대처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8일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3분의 1에 가까운(32%) 유권자들은 투표에 영향을 미친 가장 큰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낙태권’(27%)이 그 뒤를 이었다.

투표 영향 요인을 묻는 CNN 출구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71%가 인플레이션이라 답했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은 76%가 낙태라 답한 것은 유권자들이 지지 정당별로 얼마나 분열돼 있는지 보여준다. 선거 막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한 데다 6월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결정 이후 낙태권 무력화에 적극적인 공화당에 대한 반대 여론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에 존 페터먼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데 대해 NBC 방송은 “펜실베이니아주 출구조사에서는 낙태권이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보다 우선시되는 사안이었다”고 보도했다. 제이슨 리플러 엑스터대 교수는 동아일보에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공화당은 훨씬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낙태권 등의 영향으로 민주당이 예상외로 선전했다”고 말했다.
○ 중간선거로 정치 양극화 혼란 가중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반트럼프’ 정서로 인해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층이 각각 결집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정치 분열과 양극화로 인한 혼란은 차기 대선 정국으로 들어가면서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낙태, 총기 규제, 성소수자, 기후변화, 이민 정책에서 극과 극을 달리는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서는 일찌감치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주지사-상원의원을 챙겼다.

상원 경합지 초박빙인 조지아주는 과반 득표해야 당선되는 주법에 따라 12월 결선 투표에서 승부가 날 가능성이 높다. 현지에선 미합중국이 아닌 ‘분열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당 지지자 모두 미국의 현 상황에 대해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NBC 방송의 출구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39%는 ‘불만족스럽다’고 답했고, 34%는 ‘화가 나 있다’고 응답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공화당#하원의원#중간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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