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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핵어뢰 ‘포세이돈’ 장착한 러 잠수함 사라져…나토, ‘만일의 사태’ 경고

입력 2022-10-04 11:44업데이트 2022-10-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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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어뢰 ‘포세이돈’ 탑재한 러 잠수함 ‘벨고로드’
전문가들 “느리지만 막을 수 없는 죽음의 무기”
우크라 전쟁서 러 수세 몰린 와중 돌연 사라져
나토 “미국-나토 향한 핵 무력 시위 임박” 경고
‘둠스데이(최후의 날)’라는 별명을 가진 핵 어뢰를 장착한 러시아 최첨단 스텔스 핵잠수함 ‘벨고로드(Belgorod)’가 러시아 백해 기지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다고 4일(현지 시간) 미국 폭스뉴스, 이스라엘 내셔널뉴스 등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벨고로드의 핵 어뢰가 항공모함뿐만 아니라 해안 도시 전체를 날려버릴 위력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를 향해 핵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 세계 최대-최강 잠수함, 행방 묘연
이날 외신은 세계 최대, 최강 잠수함인 벨고로드가 기지에서 사라져 어딘가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벨고로드는 7월까지 러시아 북서해안 백해(White Sea)에 정박해 있다가 최근 자취를 감췄다. 나토는 벨고로드의 종적이 묘연해지자 보고서를 통해 만일의 사태를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더타임스는 벨고로드가 북극해로 향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벨고로드는 러시아가 보유한 ‘슈퍼 무기’ 중 하나로 꼽힌다. 만약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 핵전쟁이 벌어지고 러시아가 패배할 경우 미국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가장 유력한 것이 벨고로드를 사용한 핵 공격이다. 핵잠수함의 특성 상 장기간 해저에 은신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 본토가 피해를 입더라도 바다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미국을 향해 핵무기를 날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벨고로드의 위력은 현존 최강 잠수함 급으로 평가 받고 있다. 1992년 건조를 시작해 수정, 재건조를 거쳐 2018년 완성 및 테스트를 마쳤다. 길이 184m로 미국 최강 잠수함인 오하이오급(171m)보다 13m 더 길다. 지난달 부산항에 입항한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332.8m)의 절반을 넘어서는 크기다. 최대 120일 간 연속으로 심해 작전이 가능하다. 벨고로드는 러시아 서부 도시 ‘벨고로드’에서 따온 명칭이다.

러시아 핵추진 잠수함 벨고로드. 선체 위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크기가 짐작된다. 러시아 매체 프라우다 유투브 캡처.


○ "美 해안 도시 쓸어버릴 위력" 전문가들 경고
서방이 우려하는 것은 이 잠수함이 탑재한 무기다. 벨고로드는 ‘포세이돈’이라고 불리는 100Mt(메가톤)급 전략 핵 어뢰를 최대 6~8기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어뢰는 길이 20m, 높이 2m로 현존하는 어뢰 중 가장 크다. 일반 중어뢰(길이 6m, 무게 2 t(톤))의 3배가 넘는다. 미국 CNN은 “헤비급 어뢰의 30배 크기”라고 전했다.

포세이돈이 수중에서 터지면 500m 높이의 ‘방사능 쓰나미’를 일으켜 연안을 휩쓴다. 해군 기지 인근에서 터질 경우 항공모함, 군함은 물론 해군 기지 자체와 인근 마을, 지역까지 모조리 파괴된다. 주변 지역은 방사능에 오염돼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한다. 은퇴한 러시아 장교이자 군사전문가인 콘스탄틴 시브코프는 “미국 산업의 90%와 인구의 80%가 집중된 미국 동부, 서부 해안을 모두 쓸어버릴 수 있는 무기”라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벨고로드와 포세이돈의 위력에 우려를 표했다. 미국 잠수함 전문가 H. I. 서튼은 3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이 거대한 핵 어뢰는 세계 역사상 유일무이하다”고 평가했다. 또 “포세이돈은 인공위성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로도 요격할 수 없다”며 “느리게 다가오지만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고 묘사했다. 이어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범주의 무기로 러시아와 서방 양쪽 모두의 해군 계획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1년 11월 크리스토퍼 포드 당시 미국 국무부 국제안보 및 비확산 차관보는 포세이돈을 가리켜 “미국 해안 도시를 방사능 쓰나미로 덮어버릴 계획으로 설계된 무기”라고 우려했다. 올 4월 미국의회조사국(CRS)도 포세이돈이 “러시아가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반격하기 위해 설계된 보복 무기”라고 분석했다.

벨고로드 내부 추정도. 미국 해군 홈페이지


○ 러 잠수함, 과거에도 美 영해서 비밀 작전
벨로고르 개발 및 배치는 러시아의 일급 비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월 8일 직접 벨고로드의 해군 인도 소식을 발표하며 “조용하고 기동성이 좋다. 항공모함 전단, 해안 해군 기지, 기반시설 등의 목표물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군사전문가이자 ‘푸틴의 플레이북(작전계획)’ 저자인 레베카 코플러는 “러시아 잠수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텔스 능력을 보유했고 과거에 미국 영해에도 들키지 않고 진입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무장한 러 잠수함은 수 주 동안 미군에 탐지되지 않고 작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에는 러 잠수함이 미국 영해에서 작전을 이미 다 마치고 빠져나갈 때 쯤 미 해군에 탐지된 적도 있었다. 코플러는 “당시 미 해군 정보국 장교들은 장군에게 심하게 질책 당했다”고 말했다.

훈련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벨고로드(뒤쪽). 러시아 매체 프라우다 유투브 캡처.

일각에서는 벨고로드를 이용한 핵무기 공격은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7년은 돼야 포세이돈이 완전히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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