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고요한 시골 풍경이다. 사람도 사건도 없다. 대신 짚으로 엮은 울타리의 문 위에 작은 까치 한 마리가 내려앉아 있다. 겨울 햇살이 만든 푸른 그림자가 눈 위에 은은하게 스며든다. 클로드 모네는 평생 약 140점의 눈 풍경을 그렸다. 그중 ‘까치’(1868∼1869·사진)는 그가 남긴 설경 가운데 가장 큰 작품이다.
이 그림은 모네가 인상주의로 향하는 문턱에서 그린 결정적인 작품이다. 겨울에도 야외 제작을 고집했던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빛이 자연 위에 남기는 효과를 포착하고자 했다. 아는 대로가 아니라, 보이는 대로 그리려고 했다. 눈 위에 드리운 그림자를 검은색 대신 연한 푸른색과 보라색으로 표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는 자연에서 관찰한 빛의 반사를 그대로 옮기려는 시도였고, 훗날 인상주의를 상징하는 유색 그림자 기법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은 당대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까치’는 1869년 파리 살롱에서 거부당했다. 고전주의 기법에 익숙한 심사위원들에게 모네의 밝고 옅은 색채는 기존 회화의 규범을 크게 벗어난 낯선 시도로 보였다. 모네는 낙담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이 본 세계를 믿었고, 빛과 색채에 대한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5년 뒤, 동료들과 함께 첫 인상주의 전시회를 열며 미술사의 흐름을 바꾸는 주역이 됐다.
이 그림에서 가장 주목할 존재는 까치다. 유럽 문화권에서 까치는 종종 불운이나 경계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그림 속 까치는 불길하지 않다. 오히려 풍경 속 정적을 깨는 초대받지 못한 관찰자처럼 보인다. 작고 연약하지만, 살롱과 제도 바깥에서 빛과 색채로 세상을 흔들고자 했던 모네 자신을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당대에 이해받지 못했던 이 그림은 1984년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되며 모네의 걸작으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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