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총재들 “금리 내년초 4%대로 올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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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고금리 기조 유지]
파월 이어 긴축 강조… 美증시 폭락
이창용 “美보다 먼저 금리인상 못끝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인사들이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4%대로 올린 뒤 내년 상당 기간 유지할 방침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고통이 따르더라도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이라며 강경한 메시지를 내자 경기 침체 우려에 미국 증시가 4% 가까이 폭락했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준 연례 심포지엄에서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내년 초 미국 기준금리가 4%를 조금 넘는 수준에 도달해야 하고 이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4%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파월 의장이 “물가 안정에 도달할 때까지 긴축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 데 이어 구체적인 내년 금리 인상 수준이 거론된 것이다. 내년 초 미국 기준금리가 4%에 도달하려면 현재 2.25∼2.5%에서 최소 1.5%포인트 이상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 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해야 한다”며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가계-기업 고통 줘도 긴축”… 연준發 침체공포 재점화


美연준 총재들 “내년 금리 4%대”

파월, 회의서 ‘인플레’ 45차례 언급… 9월 금리 0.75%P 올릴 가능성
침체 우려에 美증시 기술주 출렁… 반도체업체 엔비디아 9% 급락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인사들이 27일(현지 시간)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회의에서 “내년 초 4%대 기준금리 도달”을 강조해 다음 달 올해 세 번째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AP뉴시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45번이나 언급하며 “가계와 기업에 고통을 주더라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해 이를 뒷받침했다. 시장은 애초 미국 물가상승세가 누그러지는 추세가 나타나 연준이 내년 금리 인상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달리 연준 인사들이 잇따라 강경 발언을 내놓자 ‘R(경기침체)의 공포’에 불이 붙었다. 미 뉴욕 증시에서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주들의 낙폭이 도드라졌다.
○ 연준 인사, 내년 초까지 1.5%포인트 인상 시사

미국 기준금리를 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는 연말까지 9월, 11월, 12월 3번 남았다. 이후 내년 1월 31일∼2월 1일 이틀간 새해 첫 회의가 열린다. 현재 2.25∼2.5%인 기준 금리가 내년 초 4%대에 도달하려면 4번에 걸쳐 최소 1.5%포인트 인상이 단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9월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뒤 내년 초까지 0.25%포인트씩 3번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선물 거래로 연준 기준금리 인상폭을 가늠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는 다음 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61%로 봤다. 파월 의장의 연설 직전 54%에서 7%포인트 올랐다.

미국 인플레이션은 국제 유가 하락에 힘입어 7월을 정점으로 완화세가 나타나고 있다. 26일 발표된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그럼에도 파월 의장은 “데이터 하나로 인플레이션이 꺾였다고 보기에는 한참 모자라다”고 일축해 연말까지 급격한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다음 회의의 인상폭은 전적으로 새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 어느 시점에는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고도 밝혀 9월 0.5%포인트 인상에 대한 여지도 남겼다.
○ 파월 “고통·불행한 대가·실업률 상승 감수”
매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열리는 잭슨홀 회의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참석하는 대형 행사다.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을 가늠할 주요 이벤트로 꼽힌다. 25∼27일 열린 올해 회의는 각국 세계 중앙은행이 고물가와 싸우는 와중에 열려 더욱 주목을 받았다.

시장의 이목이 쏠린 잭슨홀 연설에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고통을 줄 수 있다” “불행한 대가가 뒤따른다” “실업률이 오를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경기침체(recession)”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침체를 각오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는 19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를 동반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무려 20%대까지 기준 금리를 올린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을 여러 차례 인용했다. 클리프 호지 코너스턴 웰스 수석 투자책임자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서라면 경기침체 위험도 받아들이겠다는 명백한 의미”라고 해석했다.

‘R의 공포’가 재점화되면서 미 증시는 경기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으로 급락했다. 애플이 3.37%, 알파벳(구글 모회사) 5.44%, 메타(페이스북 모회사)는 4.15%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 주가는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엔비디아가 9.23%, AMD 6.17%, 인텔이 4.39% 하락하며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6% 가까이 떨어졌다. 미국이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 경기도 하강 국면에 접어들자 반도체 경기 악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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