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지나가자 송홧가루 기승
경상권은 15년새 19일 더 빨라져
4월 이상고온에 모기도 일찍 활동
작년보다 개체수 두배 넘게 늘어나
지난 주말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을 찾은 직장인 유모 씨(35)는 산책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온 뒤 깜짝 놀랐다. 4시간 정도 주차했을 뿐인데 차량에는 각종 꽃가루들이 누렇게 쌓여 있었다. 유 씨는 “봄철 미세먼지와 황사가 지나가면 세차를 하려고 했는데 벌써부터 꽃가루가 기승”이라며 “한강에서 시간을 보낼 때도 마스크를 챙기지 않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꽃가루가 날리고 모기가 찾아오는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일찍 찾아온 봄철 불청객 때문에 비염과 천식 증세 등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달라진 생태계 정보를 보다 빠르고 쉽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 소나무 꽃가루 날림, 매년 0.9일씩 빨라져
7일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소나무 꽃가루’(송홧가루)가 처음 날리는 시기가 2010년 이후 매년 전국 평균 약 0.91일씩 빨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봄철에 바람이 불면 노랗게 흩날리며 알레르기 등을 일으키는 주범이 송홧가루다. 4, 5월 발생하는 꽃가루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수도권에서는 2010년 5월 15일에 시작됐던 소나무 꽃가루 날림이 지난해 5월 10일 처음 관측됐다. 강원권(5월 18일→11일), 충청권(5월 15일→7일), 경상권(5월 22일→3일), 전라권(5월 8일→4월 30일), 제주도(5월 27일→19일) 등 소나무 꽃가루가 처음 날리는 시기가 7∼19일씩 당겨졌다.
기상청은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가 앞당겨진 점을 반영해 지난해 꽃가루 달력을 개정했다. 남성현 전 산림청장은 “꽃가루 날림에 대한 정보를 보다 쉽게 알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꽃가루 피해가 크지만 인간이 자연에 직접 개입해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은 오히려 생태계 교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을 줄이기 위해 활엽수 위주로 도심 수목을 심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윤여창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소나무 등 침엽수는 도심 열섬 효과를 불러오고 때이른 더위로 이어질 수 있어 활엽수 위주로 식재하는 것이 좋다”며 “소나무 꽃가루에는 농약 성분이 많이 섞여 있어 호흡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농약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했다.
● ‘4월 모기’ 2배로 급증
때이른 더위에 모기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변온동물인 모기는 26∼27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4월부터 전국에 25도를 넘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며 모기의 출현 시기도 앞당겨졌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셋째 주(12∼18일) 디지털모기측정기(DMS)에 채집된 모기는 하루 평균 384마리로, 전년 동기(182마리)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일본뇌염 모기 출현도 빨라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매주 일본뇌염 모기 개체수를 집계하는데, 14주 차(3월 29일∼4월 4일)와 16주 차(4월 12∼18일)에 일본뇌염 매개 모기지수는 평균 7개였다. 모기지수는 하룻밤에 1대의 채집기에 잡힌 모기의 평균 개체수로, 평년 평균은 1개에 그쳤다.
3월 20일 제주에서 올해 첫 일본뇌염 매개 모기가 확인되면서 질병청은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지난해보다 열흘 빨라졌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일본뇌염 매개 모기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국가 필수예방접종 대상 아동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