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러 외교관 가장 스파이 활동 결정적 증거 확보”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1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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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외교관을 가장한 첩보원들을 통해 자국을 선전하려다 슬로바키아 정보당국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는 “사실무근”이라며 관련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슬로바키아 정보당국 발표를 인용해 러시아가 슬로바키아 내에서 은밀히 행했던 정보전의 한 사례를 보도했다.

NYT는 50대 초반의 보너스 가버란 이름의 한 남성을 소개했다. 그는 몸이 편찮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고 일정한 직업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의 삼촌에 따르면 그는 뚜렷한 수입원이 없었고 심지어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간병인으로 복지 혜택을 신청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가버는 수천 유로 상당의 돈을 친러 성향을 띠는 슬로바키아의 극우정당에 기부하고 러시아를 선전하기로 악명높은 반체제 웹사이트의 기고자로서 대가없이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가버의 활동과 정반대 행적에 가족과 친구들은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그의 삼촌인 보후슬라프 가버는 “그가 분명히 어떤 정당도 지지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공개된 슬로바키아 보안 감시 영상에 따르면 가버는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러시아 외교관으로 가장한 러시아군 정보당국자로부터 1000유로(약 13만원)와 함께 지시받는 것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첩보원 세르게이 솔로마소프는 가버에게 러시아에 기꺼이 협력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사냥꾼’으로서 역할을 할 의향이 있는지를 설명하기 전 “나는 러시아에 당신이 뛰어나다”고 말하며 꾀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동안 유럽 정보 기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를 응원하는 사람들과 관련된 러시아 스파이의 비밀 활동에 경종을 울려왔다. 러시아는 이를 편집증적인 ‘러시아 혐오’이라고 일축했는데 이것은 모든 주변국의 비판에 대한 포괄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매체는 속이 훤히 보이는 거짓말을 동반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가장 어두운 서방의 불신을 정당화했고, 첩보원들과 그 고용인들의 숨겨진 관계를 뿌리째 뽑는 것을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허위 조작 정보를 모니터링하는 조직의 다니엘 마일로 내무부장은 “우리는 항상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했지만 이제 우린 결정적인 증거를 갖고 있다”며 “이것은 어떻게 러시아가 스파이를 운영 방식을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가버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면서도 “우리는 아직 얼마나 많은 다른 가버가 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가버가 러시아 스파이인 솔로마소프와 만나는 영상은 이미 지난해 슬로바키아 정보당국에 의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솔로마소프는 지난달 초 30명 이상 러시아 외교관들과 함께 브라티슬라바에서 추방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다른 유럽 수도에서도 수십 명이 추방됐다고 한다.

러시아는 러시아 정보기관과 가버간의 연락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없었지만 솔로마소프의 추방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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