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도와서” 러군에 납치된 부차 마을 이장 일가족…고문 후 살해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5일 12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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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의 한 마을에서 이장과 그의 가족이 우크라이나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몰살당했다고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BBC 방송 등 외신이 보도했다.

부차 모토이즈힌 마을 숲속에서 지난 2일 마을 이장인 올하 수첸코(51)와 남편 이고르, 아들 올렉산더 등을 포함해 시신 4구가 발견됐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 군대와 협력하고 있다는 이유로 러시아군에 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러시아군이 키이우 지역에서 철수한 뒤 러시아 군인들이 임시 막사로 사용하던 집 뒤편에 반쯤 묻힌 채 발견됐다.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수첸코와 그의 가족들을 살해한 후 시신을 임시 구덩이에 던졌다고 한다.

안톤 헤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은 “러시아군이 마을 이장과 그 일가족을 고문하고 살해했다”며 “우크라이나 군대가 공격해야 할 타깃 위치를 (수첸코 이장이) 알려줬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BBC는 모티진에서 멀지 않은 마을의 아동 복지관 건물 지하에서도 시신 5구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모두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머리나 가슴에 총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을 옮기던 자원봉사자 블라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총에 맞는 소리를 들었다”며 “우리가 살아있는 것이 행운”이라고 했다.

또 블라드는 “물을 얻으러 거리로 나온 아내 뒤에 남편이 따라 걷고 있었는데, 이후 총성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블라드는 이후 남편과 아내가 죽은 채 발견됐다는 사실을 전하며 “더 말하고 싶지 않다. 잊고 싶을 뿐이다”고 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당국은 부차에서 발견된 민간인 시신이 410구에 이르며, 이중 집단 매장된 민간인 시신은 280구 이상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화상 연설에서 “부차에서 300명 넘는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도시 전체를 확인한다면 총사상자 수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군은 80여 년 전 나치 점령 시절에도 보지 못한 일들을 자행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이 사태에 분명히 책임이 있다”라고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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