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 내겐 죽음 겁낼 권리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4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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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통령으로서 죽음을 두려워할 권리가 없다.”

3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44)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이날 대통령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도 살아 있는 인간일 뿐이다. 인간이 자신과 자녀의 목숨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문제”라고 했다.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깎지 못한 수염에 수척한 얼굴로 국방색 군복 티셔츠를 입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맞서 결사 항전하는 국민에 대해 “우리 국민은 특별하고 비범하다. 일주일 만에 적의 계획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강하고 단호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도피한 정부 고위관리가 한 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고 싶은 게 아니라 해야만 한다. 전 세계가 푸틴과 대화해야 한다. 전쟁을 멈출 다른 방법이 없다”며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죽지 않도록 푸틴과 협상해야겠지만 타협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게 넘기는 것”이라며 대화가 곧 굴복을 뜻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군 대다수가 내 딸과 비슷한 18~19세 청년”이라며 “정장 입은 사람들 때문에 군복 입은 이들이 죽고 있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다른 동유럽 국가를 침공하고 새로운 ‘베를린 장벽’을 세울 수 있다”며 서방 지도자들에게 더 적극적인 개입을 호소했다. 특히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군과의 직접 충돌을 우려해 거부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은 소총을 든 군인들이 서있고 창문들은 모래주머니들로 가려져 있었다. 또 언제든 내부에서 바깥으로 발포 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었다. 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열정적으로 그의 주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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