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에 “양보 없다” 서면 답변… 러, 내달 우크라 침공 우려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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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 외교해결-무력 충돌 고비

美는 답변 전달… 러는 무력시위 계속 26일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가 러시아의 안보보장안에 관한 미국 정부의 서면 답변을 전달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위쪽 사진).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남부 로스토프 훈련장에서 이동하고 있는 
러시아 장갑차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사진 출처 러시아 국방부
美는 답변 전달… 러는 무력시위 계속 26일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가 러시아의 안보보장안에 관한 미국 정부의 서면 답변을 전달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위쪽 사진).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남부 로스토프 훈련장에서 이동하고 있는 러시아 장갑차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사진 출처 러시아 국방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26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요구해 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 이른바 ‘안보보장안’과 관련한 서면 답변을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답변 내용에 따라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위협한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는 “(답변에) 양보는 담기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서면 답변을 받은 러시아 크렘린궁은 “(수용 가능성에 대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다음 달 중순 전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어 일촉즉발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외교 해법을 찾을지, 결국 무력충돌로 이어질지를 가를 중대 고비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 美 “공은 러시아에 넘어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답변서에)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진지한 외교적 방법을 제시했다”며 “러시아가 답변서를 읽고 다음 단계를 논의할 준비가 되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며칠 내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답변 전달은 21일 블링컨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 간 회담에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답변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은 폴란드·루마니아에 배치된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에 대한 러시아의 사찰 허용, 흑해 정찰 활동에 대한 공통 기준 마련 등 유럽 내 군축 협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안보보장의 ‘레드라인(한계선)’으로 요구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는 답변에 포함되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답변서는) 양보에 관한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은 러시아에 넘어갔다”며 “우리는 (외교와 충돌) 어느 쪽이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과 나토에 자국의 안보보장안을 전달한 러시아 정부는 미국의 답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주요 이슈에 미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고 러시아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러시아 연방의회 외교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러시아 국영 RIA노보스티 통신에 “미국의 답변서는 러시아를 만족시킬 수 없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 “다음 달 중순 전 침공 징후” 관측도

이를 반영한 듯 러시아 북해함대 소속 함정과 지원함들은 북극해역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주둔지인 세베로모르스크항을 떠났다. 훈련에는 군인 1200여 명과 군함 30척, 잠수함 및 지원함, 전투기와 헬기 20여 대가 투입됐다. 러시아 흑해함대도 함정 20척 이상을 동원해 공중방어 훈련을 벌였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지금부터 다음 달 중순 사이에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징후들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푸틴 대통령의 침공 여부 결정) 시점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러시아와 밀착 중인 중국에도 러시아의 침공을 막기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성이 일으킨 세계 안보·경제 위기를 강조하고 긴장 완화와 외교가 책임감 있는 길이라는 점을 전했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러시아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가 해결돼야 한다”며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했다고 했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26일 파리에서 연 4자회담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휴전 존중 및 유지’ ‘2주 후 독일 베를린 2차 회담 개최’ 등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을 발표해 군사 충돌 위기가 다소 완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우크라이나 사태#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무력 충돌#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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