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백신 맞으면 15억 아파트 경품”…접종률 높이기 안간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0일 15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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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 뉴시스
사진 AP 뉴시스
홍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15억 원짜리 아파트까지 경품으로 나왔다. 접종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지급하는 방식인데 지지부진한 홍콩의 접종률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사이노그룹, 차이니스 이스테이츠 홀딩스 등 홍콩의 부동산 재벌 기업들은 전날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독려를 위한 경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1등 경품은 면적 42㎡ 새 아파트로 가격은 1080만 홍콩달러(약 15억5000만 원)다. 9월 1일까지 응모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선발되며, 응모 대상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2회를 모두 마친 18세 이상 홍콩 시민권자다. 이외에도 추첨을 통해 20명에게 각각 10만 홍콩달러(1400만 원)씩 지급하는 경품도 마련했다.

홍콩은 모든 성인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보유한 전 세계의 몇 안 되는 곳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홍콩 전체 750만 인구 중 12.6%만 백신을 맞았다. 이는 싱가포르 접종률(28.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홍콩 언론들은 시민들이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및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강행 등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는 설명이다. 3월 화이자 백신 포장에서 결함이 발견됐을 때 홍콩 보건 당국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점도 불안을 키운 이유로 꼽힌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 주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현금이나 현물을 직접 주는 인센티브는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민간에서 나서서 경품을 주는 방식이 등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SCMP는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코로나19 백신 관련 경품 제공은 홍콩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아파트 제공은 주택이 심각하게 부족한 홍콩에서 독특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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