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관료, “하마스 위협 때문에 민항기 강제착륙” 주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5일 00시 19분


해외에 머무는 반정부 언론인을 체포하기 위해 23일 자국 전투기까지 동원해 제3국 민항기를 수도 민스크에 강제 착륙시킨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67)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도 24일 벨라루스 고위 관료가 “해당 항공기를 향한 팔레스타인 무정장파 하마스의 위협이 있었다”며 강제 착륙을 정당화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관료는 “하마스의 위협이 담긴 문서를 입수했다”며 강제 착륙은 승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벨라루스의 후원자를 자처하는 러시아 정부 역시 루카셴코 정권을 두둔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4일 강제착륙 사건에 대한 평가를 성급하게 내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는 “흥분해서 성급하게 상황을 평가하지 말고 확보된 정보에 근거해서 평가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벨라루스 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 투명하게 행동하고 모든 국제 규범을 따르며, 필요하다면 국제 전문가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포함해 충분한 투명성을 보장할 준비가 돼 있음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정부는 23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라투아니라 발뉴스로 향하던 라이언에어 여객기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며 벨라루스 군 전투기까지 동원해 비상 착륙을 강요했다.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대신 당국은 여객기에 타고 있던 반체제 인사 로만 프라타세비치(26)를 체포했다. 프라타세비치는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대선에서 부정 선거를 저질렀다고 비판해왔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번 강제 착륙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자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국가가 저지른 납치 사건’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이클 오리어리 라이언에어 최고경영자(CEO)는 24일 아일랜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비밀경찰 요원들이 프라타세비치와 같은 여객기에 타고 있다가 함께 공항에 내린 것으로 본다”며 루카셴코 정권이 프라타세비치 체포를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준비해왔다고 비판했다.

이날 24일 민스크 공항에서 독일로 떠나려던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 여객기가 테러 위협으로 출발이 지연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공항 측은 “공항 이메일 주소로 루프트한자 LH1487편 여객기에 테러를 가하겠다는 신원 미상자의 협박이 왔다”며 “이로 인해 오후 2시 20분으로 예정돼 있던 이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신아형기자 abr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